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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자율주행시대 앞당길 K-City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9 17:39

수정 2018.12.09 17:39

[차관칼럼] 자율주행시대 앞당길 K-City

지난 2016년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최고 시청률이 38%를 돌파할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에서 한 쌍의 연인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운전을 하던 남자가 버튼 하나를 누르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자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시작하고, 연인은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면 '사고 나면 어쩌려고'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차는 차선을 넘지 않고 스스로 안전하게 주행해 나간다.

이처럼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자율주행차가 수년 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단순히 자동차가 속도나 차선을 유지해주는 기초적인 수준을 넘어서 고속도로에서 마음 놓고 운전대를 맡겨도 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 도로를 자율주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제 도로를 달리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며 인공지능을 보완해 다시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이 쌓여야만 비로소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자율주행차가 탄생할 수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려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러닝화가 아니라 보행기다. 지금은 자율주행차의 상용 서비스를 위한 제도가 아닌 다양한 기술개발을 이끌기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전국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용했다. 현재 53대의 자율주행차가 안전성 검증과 운행허가를 받아 도로를 달리며 주행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국회는 더 나아가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에 나섰다. 최근 발의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촉진 및 상용화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은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복잡한 규제를 일괄 면제해 자율주행차로 인해 새롭게 등장할 비즈니스모델을 미리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에 준공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5G 자율주행차 시험장 K-City는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의 중심이 될 것이다. 32만㎡ 규모의 가상실험도시 K-City에는 고속도로, 도심, 교외, 주차장 등 도로환경이 실제와 같이 재현되어 있다. 톨게이트나 회전교차로 통과 등 다양하고 어려운 상황을 안전하게 반복해서 실험할 수 있어 기술개발 속도를 한층 빠르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학 등 누구나 K-City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준공 이후에도 기술발전 속도에 따라 악천후, 통신장애 등 자율주행이 어려운 상황을 재현하는 첨단시설을 보완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한 경험이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조금 늦었지만, 우리에게는 역전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인터넷 사용률과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우수한 정보통신 환경과 함께 도로망도 잘 갖춰져 있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친다면 자율주행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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