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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일본판 이민 확대법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0 17:09

수정 2018.12.10 17:09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드 머큐리가 "파키 보이"(파키스탄 꼬마)라는 놀림을 받는 장면을 봤다. 전설적 그룹 '퀸'의 리드보컬인 그도 1970~80년대 영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었을까. 그의 목소리는 출신지인 잔지바르를 떠나 인도를 거쳐 영국에 정착한 페르시아계 이주민 집안의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듯했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물결과 함께 국제적 인구이동이 활발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각국에서 이주노동자나 정치적 난민에 대한 거부정서가 다시 팽배하고 있다. 이런 여론 때문인지 스웨덴, 헝가리,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난민이나 불법이민 증가는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중미발 이민자 행렬 '캐러밴'을 멕시코 국경에서 군대를 동원해 막고 있으니…. 이 추세와 반대로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호를 대폭 확대했다. 참의원은 9일 새벽 외국인에게 사실상 이민자에 준하는 거주자격을 주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베 내각은 내년 4월부터 5년간 34만515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는 계획을 곧 확정할 방침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특정 기능 1호'와 '특정 기능 2호'라는 비자 신설이다. 전자는 간병·농업·건설 등 14개 업종이 대상으로, 취득한 외국인 단순노동자는 5년간 체류가 허용된다. 숙련기능을 보유한 외국인이 갖는 2호 자격은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

그간 우리나라보다 더 강한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일본이었다. 야당과 여론의 반대를 뚫고 '사실상의 이민국가'를 선언했다니 그래서 놀랍다. 그렇다고 국수주의 성향을 띠던 아베 내각이 사해동포주의로 정책기조를 전환했다고 보긴 어렵다. 정답은 일본 경제호조에 따른 기업들의 구인난이다.
취업정보회사인 리크루트는 최근 일본 중소기업의 내년 졸업예정자 구인 배율이 9.91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중소기업 약 10곳이 구직자 1명을 놓고 모시기 경쟁을 해야 할 판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보니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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