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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연봉 5700만원 기업이 최저임금 범법자된 현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0 17:09

수정 2018.12.10 17:09

최저임금 과속의 불똥이 엉뚱하게 대기업으로 튀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모비스는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았다. 입사 1~3년차 정규직 임금이 올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게 이유다. 대기업이 최저임금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건 극히 이례적이다.

현대모비스는 대졸 초임 연봉이 5700만원으로 연 환산 최저임금액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위반 딱지를 받은 것은 이 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급여의 한 부분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이 최저임금 계산에서 빠지면서다. 국회는 지난 5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경우에 한해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법을 바꿨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상여금을 격월로 100%씩 지급해왔다. 이렇게 상여금을 뺀 상태로 입사 1~3년차 사무직·연구원의 시급을 환산하니 6800~74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7530원)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도 아니고 연봉 수준이 정상급인 대기업이 최저임금의 함정에 빠져 범법자로 몰렸으니 기가 막힌다. 문제는 임금체계가 업종별·사업장별로 다르고 복잡한 가운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나 더 오르면 수많은 멀쩡한 기업들이 이처럼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회사 측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기 위해 매달 지급으로 바꾸려 해도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 노조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이라도 최저임금의 덫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가 여전히 혜택을 보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꼬집는다.

이번 사례 역시 최저임금 과속이 부른 후유증이다.
정부는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최저임금제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에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지역별·업종별 형평성 확보, 유급휴일 포함 여부는 물론 더 나아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이 먼저다.
그 전제는 최저임금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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