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꽁꽁 얼어붙은 경제심리] 가계도 기업도 "경제가 나아질거라는 생각 안든다"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0 17:16

수정 2018.12.10 18:02

소비자·기업 경기인식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 28개월만에 최저
주력 산업 부진·고용 악화 등 내부문제 심각하자 비관론 팽배
[꽁꽁 얼어붙은 경제심리] 가계도 기업도 "경제가 나아질거라는 생각 안든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앞으로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가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금리인상 신중론이 나오면서 올해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심리 악화 상황의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제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부진한 주력 산업과 고용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경제심리의 근본적인 반등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7원 오른 1126.5원에 마감했다.


올 4·4분기 원·달러 환율은 1140~1130원 수준에서 등락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대국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90일간 보류하기로 합의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사실상 '휴전'에 들어갔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하락 전환하면서 지난 4일 1105.30원까지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소식에 '리스크 오프(위험회피)' 분위기가 강화됐다"며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휴전에 들어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확전양상으로 바뀔 경우 우리 경제 심리는 급속하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경제심리가 위축된 이유가 연초부터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과 미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93.2로 지난해 11월 99.1을 기록한 이후 12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지수로는 지난 2016년 7월(93.1) 이후 최저 수준이다. ESI는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합친 것이다. 국내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 전반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ESI 순환변동치는 ESI 원계열에서 계절·불규칙 변동을 제거해 산출한다.

■경제심리 내년에도 나빠

미·중 무역협상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내년 경제심리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부적 문제는 개선 가능성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경제심리를 악화시켜온 주력 산업 부진과 이에 따른 고용의 악화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경우 내년에도 낮아진 경제심리가 실제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모양새다.

한은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 수 증가는 16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전망치 9만명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지난 2017년 32만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취업자 수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경기가 부진해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가계의 입장에서는 수입이 감소해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는 한 번에 해소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조선이나 자동차, 건설업 등 현재 부진한 우리 주력 산업이 회복돼야 가능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하고 한은도 통화정책을 통해 심리지표가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 금리인상 신중론이 단기적으로는 심리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 둔화로 이어지면 부정적 요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미국을 보면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미국의 경제가 빠르게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미 경제 불안으로 세계 금융환경이 나빠지면 우리 자산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실물경제가 부진한 상황에 자산시장까지 위축되면 경제심리는 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