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닻 올린 홍남기號] 文 "기업 만나 투자해법 찾아라"…임명장 주자마자'특별주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0 21:41

수정 2018.12.10 21:41

"대기업·자영업자·노동단체 등 매주 일정 만들어 소통해야"
관련부처 장관들과'원팀'강조 ..'경제정책 조정회의' 부활할 듯
[닻 올린 홍남기號] 文 "기업 만나 투자해법 찾아라"…임명장 주자마자'특별주문'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목소리를 듣고, 기업 투자 애로가 뭔지 그 해결책이 어디 있는지 방법을 찾는 데 각별히 노력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런 내용으로 '특별 주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홍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나눈 자리에서 "우리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별히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文, 첫 과제로 기업투자 부진 지목

홍 부총리는 "매주 밥을 먹든, 현장을 찾든 민간 영역과 가장 많이 만난 장관이었다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영업자, 대기업, 노동단체 등과 매주 일정을 만들어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환담은 예정된 20분을 넘겨 40분 가까이 진행됐다. 임명장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대통령과 부총리가 경제상황에 대해 비교적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이다.
제조업 위기로 인한 지역경제 붕괴, 내년 1월 1일자로 8350원으로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후폭풍, 더 심화된 양극화 현상, 미국 금리인상 및 신흥국 불안 등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증대 등 지난해 정부 출범 때보다 경제운용 여건이 크게 나빠진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감안,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활력을 찾아야 하고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각종 경제지표 가운데 '기업 투자' 문제를 언급한 건 주목할 부분이다. 성장 없는 고용확대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기업투자 부진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진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2·4분기부터 투자 지갑을 닫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올해 1·4분기 3.4% 증가했지만 2·4 분기에 5.7%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3·4분기에도 4.4% 줄었다. 또 기업들이 생산에 쓰는 기계장비 등 자본재 공급은 3·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2.9%나 감소(통계청 집계)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첫 미션을 기업투자 확대로 잡은 것이다.

■'원팀' 주문

새 부총리에 대한 또 다른 역할은 '야전사령탑'으로서의 리더십 발휘였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성실함을 눈여겨봤다.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혼자가 아니라, 여러 경제부처 장관들과 '한 팀'이 돼 함께 열심히 하는 것이다"라며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강조했다. '원 팀'의 역설은 지난 1년 반가량 컨트롤타워 논쟁으로 시간을 보낸 전임 '김동연·장하성'조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한달 전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동시교체를 발표한 시점부터 '원팀으로서의 호흡'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한달 앞서 취임한 김수현 정책실장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청와대 실세'인 김 실장과 '역전의 관료' 홍 부총리가 어떤 조합을 만들어낼지 주목되는 상황. 일단, 소통 확대 차원에서 김수현·홍남기 두 수장 간 만남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호흡을 맞춰 일하며 경제 관련 장관들을 수시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밀실회의라는 비판으로 폐지된 일명 서별관회의, '경제정책 조정회의'가 명칭과 형태를 바꿔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서별관회의라는 명칭은 쓰지 않을 예정이다. 과거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불러들였던 한은 총재도 참석을 요하지 않고, 장소 역시 청와대 본관 서쪽의 서별관 대신 다른 장소에서 실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서별관회의는 과거 청와대 경제수석, 기재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여 경제정책을 논의하던 비공식 회의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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