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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브렉시트… 선택권 없는 메이, 유럽 다시 간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1 17:22

수정 2018.12.11 19:57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연기.. 메이 "압도적으로 부결될것"
아일랜드 백스톱 재협상 타진.. EU는 변경 안한다고 못박아
英내부 혼란… 파운드 추락.. 총리퇴출·제2국민투표안 부상
혼돈의 브렉시트… 선택권 없는 메이, 유럽 다시 간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안 하원 표결을 전격 취소하면서 브렉시트 전망은 극한의 혼돈상태를 맞고 있다. 메이 총리는 기자들에게 표결 강행 의사를 밝힌 지 몇분 지나지도 않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될 것이라면서 내각 회의에서 표결취소 의사를 밝혔다.

메이가 재협상을 위한 유럽행을 택했지만 EU는 재협상은 없다며 이미 쐐기를 박은 상태다. 메이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정부 불신임과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묻는 제2 국민투표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혼란으로 파운드는 20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막판 표결취소, 오락가락 행보

메이 총리는 10일 하원 표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내던지고 막판에 표결 취소를 강행했다.
대신 하원 표결이 예정됐던 11일 유럽으로 날아가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르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재협상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 특히 브렉시트파의 반란 주된 이유가 됐던 아일랜드 백스톱(안전장치)이 임시조처라는 확답을 받으려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회 설득을 위한 재협상은 그러나 메이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EU가 재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투스크 의장은 지난달 13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승인을 위한 방안을 준비할 논의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브렉시트 협상이나 아일랜드 백스톱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백스톱에 가장 민감한 아일랜드는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를 통해 합의안 변경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이날 "아일랜드 백스톱을 포함해 브렉시트 합의안은 유일한 합의안"이라면서 "협상에 1년하고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로서도 합의안을 놔두고 재협상을 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만에 하나 재협상 뚜껑이 열리면 프랑스는 영국 수역내 조업확대를 요구할게 뻔하고, 스페인은 지브롤터 반환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퇴출-제2 국민투표?

상황이 메이에게 불리해지면서 정부 불신임과 제2 국민투표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4일 사상최초로 영국 정부가 "의회특권을 방해했다"고 결의한 의회는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표결을 막판에 뒤집은 총리에 대해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총리가 계획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로 브렉시트 방안을 연구하는 유럽리서치그룹(ERG)을 이끄는 제이콥 리스 모그 의원은 '혼돈'이 뒤따르고 있다면서 "이건 제대로 된 통치가 아니며 혼돈 그 자체"라고 단언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막판' 뒤집기는 '재앙'이라면서 "정부 기능이 마비됐다"고 비판했다. 반 브렉시트파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니콜라 스터전 당수는 코빈에게 11일에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종용하고 있다.

스터전은 정부 불신임안을 발판으로 제2 국민투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제2국민투표 방안은 내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대미안 힌즈 교육부장관, 그레그 클라크 기업부장관, 앰버 러드 노동·연금부 장관, 메이 내각 2인자인 데이비드 리딩턴 내각처 장관은 모든 브렉시트 방안을 의회에 제출해 의회가 방향을 잡도록 하자고 총리에게 제안했다.

■파운드, 20개월만에 최저

브렉시트 상황이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면서 영국 파운드는 급락했다. 10일 런던시장에서 파운드는 미국달러에 대해 지난 주말보다 1.4% 하락한 파운드당 1.249달러에 마감, 1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일 오전 아시아시장에선 20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유로에 대해서도 1.2% 하락해 유로당 0.9048파운드로 밀렸다.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도 오후장 들어 매물이 쏟아지면서 0.83% 하락 마감했다.
재계단체인 CBI의 캐롤린 페이번 사무장은 "명확함을 갈구하는 기업들에 또 다른 강펀치"라면서 "투자계획은 2년반 동안 일시 중단된 상태로 신속한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영국은 국가적 위기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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