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옥죄는 노동정책] 300인 넘겼다 처벌받을라… 신규채용 발목잡는 주52시간제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1 17:42

수정 2018.12.11 17:42

경총, CEO 경영전망 조사
근로시간 단축사업장 적용꺼려..기업, 채용 2020년 이후에나…
최대 애로요인 ‘노동정책’ 첫손..올해 “긴축경영” 응답이 50.3%
10명중 7명 “장기적 불황” 진단
재계 “보완책 없인 성장도 없다”최저임금·탄력근로제 손질 요구
#. 경기 안산의 반도체 부품업체인 A사는 새해부터 단속이 시작되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신규 채용계획을 접었다. 현재 280여명이 근무하는 A사는 반도체 호황에 맞춰 30명 정도의 채용계획을 세웠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이 넘을 경우 당장 대표이사가 처벌받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사업장이 돼 2020년 이후로 채용을 미뤘다.

[기업 옥죄는 노동정책] 300인 넘겼다 처벌받을라… 신규채용 발목잡는 주52시간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현 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을 내년 경영의 최대 리스크로 인식하면서 투자와 고용 축소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입법의 조속한 시행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으로 지적되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44개 회원사 CEO를 대상으로 내년도 경영전망 조사를 한 결과 50.3%가 경영방침을 '긴축경영'으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상유지'는 30.1%, '확대경영'은 19.6%로 각각 조사됐다.
경총의 내년도 CEO 경영전망 조사가 '긴축경영'으로 돌아선 건 1년 만이다. 2016~2017년 긴축경영 기조였던 경영전망 조사는 지난해 '현상유지'(42.5%)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 다시 '긴축경영'으로 역전됐다. 특히 지난해 전망 조사에서는 '내수부진'이 최대 경영 리스크로 꼽혔지만 올해는 '노동정책'(30.0%)을 최대 애로요인으로 선택했다.

임영태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지난해는 경제회복세에 따라 올해 경영계획을 현상유지하겠다는 기업이 많았지만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1년 새 긴축경영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노동정책의 속도조절을 통해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일수록 내년 경영악화 우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300인 이상 기업은 '현상유지'(48.8%)라는 응답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긴축경영'(55.4%)이 절반을 넘었다. 긴축경영 응답기업들의 구체적 시행계획은 '전사적 원가절감'(34.8%), '인력부문 경영 합리화'(22.3%), '신규투자 축소'(19.3%), '사업부문 구조조정'(6.2%) 등이었다. 특히 지금의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본 기업인이 전체 응답의 69.4%로 나타나 지난해(49.1%)에 비해 20.3%포인트 증가한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인들이 내년도 최대 경영 애로요인으로 노동정책을 꼽은 건 '후진국형'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부진이나 미·중 무역분쟁보다 정부정책이 기업환경의 아킬레스건이 된다는 건 후진국 현상"이라며 "선진국일수록 정부정책이 기업의 투자나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이나 탄력근로제 확대 등 보완입법을 조속히 처리해 내년 노동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가장 현실적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산업별·업종별로 업무방식이나 근로방식이 다른데 획일적으로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적용한 것이 근본 문제"라며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노사 합의 시 추가 근로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 허용,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의 보완책이 서둘러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성장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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