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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외국산 전력 수입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1 17:47

수정 2018.12.11 17:47

오성운동과 북부동맹이 이끄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난민 처리 등을 놓고 이웃 나라들과 번번이 충돌한다. 그런 이탈리아가 유독 멀리 있는 러시아하고는 사이가 좋다. 왜 그럴까. 두 나라는 무솔리니·스탈린 때부터 사이가 좋았다. 1933년엔 상호불가침조약을 맺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지만 철천지 원수는 아니었다. 전후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러시아에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당연히 이탈리아는 러시아 문제에서 다른 소리를 낸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서방이 러시아에 내린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월 모스크바에서 살비니는 "우리에게 제재 연장을 묻는다면 노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은 4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힘으로 누르고 크림반도를 합병하자 대대적인 경제제재를 내렸다. 그 통에 이탈리아산 고급 가구·의류·와인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길이 막혔다.

결정적으로 이탈리아가 러시아 역성을 들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쓰는 가스 소비량의 3분의 1이 러시아산이다. 더욱이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ENI는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과 돈독한 관계다. 러시아는 흑해 가스관(블루 스트림)을 통해 터키에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이 가스관 프로젝트는 가스프롬과 ENI의 합작품이다. 두 회사는 역시 흑해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불가리아, 세르비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이탈리아로 보내는 대형 프로젝트(사우스 스트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제재로 중단된 상태다.

한국전력이 11일 장차 중국·러시아에서 해저케이블 또는 육로로 전력을 수입하고 일본에 수출하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놨다. 이탈리아·러시아 관계에서 보듯 에너지를 수입하면 수출국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둘 사이가 좋을 때도 그렇다. 사이가 틀어지면 수출국에 휘둘릴 게 뻔하다.
실제 러시아는 종래 걸핏하면 가스공급 중단 카드로 유럽을 위협했다. 우리하고 중국·러시아·일본 간의 관계는 이탈리아·러시아만도 못하다.
섣부른 전기 에너지 수입 발상은 금물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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