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딩크족이 대세가 되나


우려할 만한 일이 현실로 도래하고 말았다. 그동안엔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란 게 있었다. 아이는 낳아 키울 환경과 여건이 되면 출산들을 하겠지 하는 믿음 말이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환경을 만든다며 백 가지 천 가지 궁리를 하고 집행하느라 분주했었다. 그러나 이젠 출생아수 감소가 객관적 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더 깊은 곳에서의 변화, 이를테면 가치관이나 문화의 의제로 읽히며 국가정책으로 해결될 일 같지 않아 암담하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적지 않은 청년 커플들이 "둘만 사는 게 좋아서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한다. 이른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이다. 잘 아는 집안의 자제들인데 부인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고 남편은 변호사인 커플이 있다. 결혼 4년차인데 아직 아이가 없어 베이비 플랜에 대해 물으니 "글쎄"란다. 내친 김에 좀 더 당돌하게 '왜 아이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지금이 좋아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열심히 일 하는 대신 쉴 때는 쉬어준다는 이들 부부는 '당분간 일과 경력관리에만 매진할 생각이라 아이가 끼어들 틈이 안 난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초반 커플이 있다. 남편은 회사원이고 아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주중엔 각자 일을 하고 주말엔 커플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 부부는 결혼 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여행도 다니고 맛집 탐방도 한단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이를 위한 여력은 못 만들어 강아지를 키우는데 '썩 풍족한 편은 아니지만 자신들을 위해서 사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참 난감한 기분이 든다. 국가가 뭘 해준다고 해서 이들이 바뀔 것 같지 않아서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젊은이들이 근자에 나타난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선진국 반열에 든 나라치고 저출산 현상을 안 겪었던 나라는 없다. 딩크족들도 다 있었다. 그러나 저출산의 정도가 심한 동유럽 국가들까지 이제는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으니 우리 빼고 다른 나라들은 아이를 안 낳는 게 하나의 주류 문화로까지 되진 않았었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드디어 1.0 이하까지 합계출산율이 떨어졌고 이런 추세라면 무자녀 가족이 오히려 표준가구가 될 판이다. 기로에 선 셈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우린 참 많은 저출산인구정책을 기안하고 펼쳐왔다. 처음엔 출산양육 환경의 개선이 타깃이었다. 보육예산을 증액하고 육아휴직을 확대했다. 워킹맘, 워킹대디들을 위한 일·가정 양립 환경을 만들고자 탄력근무제 확장과 근로시간 단축에도 제법 안간힘을 썼다. 얼마 전부턴 결혼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며 청년주거와 일자리 지원에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덕분에 최근 2~3년 사이엔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등 청년 주거지원이 확실히 늘었다. 심지어 올해는 '출산주도성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해 OECD 국가 평균수준으로 아동가족예산 규모를 늘리는 구체적인 정부 일정표도 제시되었다. 여러모로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런다고 떨어지는 출산율을 잡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장담이 안된다. 그러면 이런 거 저런 거 다 그만두어야 하나? 물론 아니다.
출생아수가 격감하는 정도라도 낮추어야 하고 대응할 시간이라도 벌어야 하니까. 그래야 국가의 미래가 있으니까. 그래서 답은 예전 그대로다. 하던 정책에 내실을 기하고 돈은 더욱 더 출산율 효과를 감안해 써야 한다. 특히 줄어드는 인구로 인한 사회환경 변화에 정밀하게 대응하는 일은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재인 (사)서울인구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