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저축은행 독자전산망 구축 움직임에 곤혹스런 금융당국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2 17:49

수정 2018.12.25 21:13

중앙회 통합전산망 비효율 발생...올초 성능 개선했지만 불만 커져
일부는 자체 전산망 개발 검토...당국, 리스크 재발 우려에 난색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최근 효율성 등을 명분으로 일부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독자전산망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저축은행 전산조작 사건 이후 만들어진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전산망을 현재까지 총 79개 저축은행 중 67개가 사용해 왔는데, 근래 들어 중대형 업체 5~6곳이 독자전산망 구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당국은 리스크 재발을 우려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대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독자전산망 구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저축은행중앙회가 통합전산망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했지만, 일부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통합전산망의 성능을 탐탁치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1999년 통합전산망 구축 이후 근 20년 만에 각 저축은행의 핀테크 기능과 비대면 거래를 강화하는 작업을 했지만 아직도 개별 저축은행들의 특성에 부합하는 사업을 용이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많은 수의 저축은행들이 통합전산망을 사용하다보니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자체 상품이나 디지털 관련 사업을 신속하게 운용할 수 없거나 가장 최근 버전의 시스템도 적기에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JT친애저축은행을 비롯한 일부 중대형 저축은행들은 독자전산망 구축을 통해 각종 상품을 신속하게 개발.운용하고, 보안과 안정성 등은 한층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웰컴과 SBI, 기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에 뒤이어 최근 실무적으로 독자적인 전산망 개발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상품 운용성과 고객 편의성, 수익성 측면 등에서 통합전산망 대비 효율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개별 회사가 보다 자율적으로 전산망을 구축하거나 단점으로 지적되는 통합전산망 시스템의 개선을 금융당국과 중앙회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중앙회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개별 저축은행의 전산망 대부분은 2012년 저축은행 전산조작 사건 이후 중앙회 전산망으로 통합됐다. 그동안 당국은 통합전산망 사용을 권고해왔고, 저축은행들의 여신 및 리스크 관리에 적잖은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금융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초기 저축은행 통합전산망 도입 취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업계와의 관련 논의에서도 독자전산망 구축 움직임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회도 통합전산망을 사용하는 업체가 감소할수록 전산망 운용에 필요한 관리비용 등이 줄어 향후 운용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현재 당국과 중앙회는 지적되고 있는 통합전산망 시스템 문제들에 대한 보완과 리스크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들은) 지금까지 독자전산망을 구축해 잘 운용해온 회사들도 있고, 우려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한 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독자전산망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은데다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당국과의 마찰 등으로 독자전산망 구축 움직임이 확대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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