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텅 빈 '용산 미군기지'의 연말 풍경... 크리스마스 행사부터 자선활동까지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5 09:01

수정 2018.12.15 09:01

▲ 주한미군이 지난 6일 용산 기지에서 남겨진 장병과 그 가족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행사의 일환으로 다과회를 열었다.
▲ 주한미군이 지난 6일 용산 기지에서 남겨진 장병과 그 가족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행사의 일환으로 다과회를 열었다.
주한미군 용산기지의 올겨울은 특별하다. 지난해 미 8군사령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입주했고, 올해 주한미군사령부까지 용산을 떠나면서 예전의 연말 분위기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현재 용산기지에는 예년에 비해 장병 대부분이 빠진 상태다. 그나마 있는 인원들도 연말을 맞아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2020년까지 기지 이전을 마무리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올 겨울 용산기지는 분주함과 동시에 한산함이 공기를 채우고 있다.

■ '소방차를 탄 산타클로스' 나타나자 아이들 환호
용산 기지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지난 4일과 6일 주한미군은 미군 가족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모니카 워싱턴 미군 지휘관(대령)의 주최로 양일에 걸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비롯해 청소년 합창 공연, 다과회 등 간소한 행사가 마련됐다. 그러나 당초 트리 점등식은 5일이었다. 점등식이 하루 미뤄진 데에는 이날 조지 H.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리면서 하루를 건너뛴 것.

4일 미군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분장해 남겨진 장병의 자녀 약 20여명을 만나 간식을 나눠먹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주한미군 현악대의 연주가 한껏 연말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었다. 6일 미군은 기지 안 자연 소나무에 전구를 장식해 점등을 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어서 각종 장식을 두른 소방차에서 산타클로스가 내리자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행사는 청소년 합창단의 공연과 실내 다과회 등으로 이어져 성황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다만 주한미군의 연말 크리스마스 행사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한·미연합사령부 본부가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면 미군 200~300명이 근무할 예정이지만 이들은 평택기지에 숙소를 두고 전용버스 등으로 출퇴근을 할 예정이다. 따라서 그 가족들 또한 평택에 머무르게 된다.

현재 남겨진 장병의 가족을 위해 운영돼 온 각종 시설 또한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미국인고등학교는 내년 1학기를 끝으로 폐교 및 이전된다.

▲ 미군은 기지 안의 자연 소나무에 전구를 달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고 점등식을 열었다. 소방차에 전구를 달아 장식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 미군은 기지 안의 자연 소나무에 전구를 달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고 점등식을 열었다. 소방차에 전구를 달아 장식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주한미군의 자선활동
미군은 연말이면 매년 자선 행사를 벌여왔다. 서울 중구 아동양육시설 A고아원의 경우 50년 넘도록 후원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용산구의 B고아원을 돕고 있다. 미군은 장병과 그 가족이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활동을 나가고 있으며 연말에는 기부를 받아 후원하고 있다. 이들은 자원봉사활동에서 주로 시설 유지 보수나 아이들과의 체험활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또한 일찌감치 장병들로부터 기부를 받기 위해 캠페인을 열고 있다. 미군은 주요 시설에 기부 박스를 설치해 물건을 받고 있다. 주로 학용품이나 장난감, 각종 의류, 스포츠 물품, 생필품 등이다. 기부받은 물건은 내년 3월 고아원을 방문해 전달한다.

이와 더불어 동두천 제2보병사단은 연탄배달도 빠질 수 없는 연례행사다.
제2보병사단은 오는 21일 장병 약 60명이 연탄 4000장을 동두천시 인근 지역 이웃들에게 연탄 배달을 한다.

미군의 한국 내 자선활동에 대해 한 당국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용산 사령부 뿐만 아니라 경기도 소재 여러 각급별 미군부대는 지역 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어 기부나 자원봉사활동을 가거나 아이들을 부대에 초청하는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연말 들어 미군은 기지 이곳저곳의 환경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전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일이 많아 최근 벌금을 매긴다는 공문이 올라오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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