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정부는 과학마저 정치로 오염시킬 셈인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3 17:15

수정 2018.12.13 17:15

과학계가 신성철 KAIST 총장(66) 진퇴를 놓고 시끄럽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으로 있을 때 연구비를 부당집행하고, 제자에게 채용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KAIST 이사회엔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당사자인 신 총장은 펄쩍 뛴다. 그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KAIST교수협의회와 총동문회 등 과학계는 일제히 신 총장 편에 섰다.
KAIST 이사회에 대해선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KAIST에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비는 다 세금이다. 따라서 과기부가 감사를 실시한 것 자체는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감사 대상과 시기, 과학계의 집단반발 등을 고려하면 과기부 감사가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신 총장은 DGIST 총장을 거쳐 2017년 2월 KAIST에 부임했다. 임기(4년)는 2021년까지다. 자격은 충분하다. 그는 KAIST 물리학과 교수 출신으로, 동문 출신 첫 총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다만 그가 총장으로 부임한 시기는 온 나라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어지럽던 때다. 그가 부임하고 바로 석달 뒤에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과기부 감사가 처음부터 전 정권 인물인 신 총장을 겨냥했다고 본다. 물리학자 출신인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은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정부가 적폐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혹에 연루된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도 연구비 부당집행을 강하게 부인했다. 1931년 설립된 LBNL은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배출한 권위 있는 기초과학연구소다.

유영민 과기부 장관에게 당부한다. 국정농단 때 불거진 블랙리스트의 교훈이 뭔가. 내 편, 네 편 가르지 말고 골고루 인재를 쓰란 뜻이다. 유 장관이 과학의 정치화를 막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 이장무 KAIST 이사회 의장에게 신신당부한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이 이사장은 한국 과학계의 대들보다. 14일 열리는 이사회는 한국 과학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자리다.
이 이사장의 소신을 기대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