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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EU에 결국 ‘백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3 17:52

수정 2018.12.13 17:52

재정적자 목표 확 줄여 국채 수익률 큰폭 하락
이탈리아, EU에 결국 ‘백기’

이탈리아가 결국 유럽연합(EU)에 백기를 들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비교대상이 안된다는 EU 집행위원회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나온 뒤 곧바로 집행위에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는 수정안을 제출했다.내년 적자예산안 개선안이 제출됐다는 소식으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에 몰리면서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내년 적자폭 GDP대비 2.04%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쥬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내년 이탈리아 재정적자를 대폭 줄이는 개선안을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정안은 적자 목표치를 당초 계획했던 국내총생산(GDP)의 2.4%에서 2.04%로 큰 폭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콘테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난 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복지비 지출 확대와 은퇴연령 하향조정 비용이 적게들 것으로 추산된 덕에 재정적자 목표치를 낮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용이 예상보다 적게 들 것으로 나타났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EU집행위와 이탈리아 유권자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연정은 그리스를 제외하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최고 수준인 이탈리아 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이전 정부가 EU에 약속했던 흑자재정 목표를 내팽개치고, 공약이행을 위한 내년 큰 폭의 재정적자를 예고해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때문에 집행위는 이탈리아에 예산기준 위반에 따른 벌금 부과 채비에 나선 참이었다.

시장은 불안감 완화 소식에 안도했다. 이탈리아 국채는 연정의 적자 축소 예산안 소식이 알려지며 값이 뛰었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사들이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시장 상황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만기 국채 수익률 변동폭이 가장 컸다. 2년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이날 장중 낙폭이 0.21%포인트(21BP)를 기록하며 0.458%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 이후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4.5BP 하락한 2.973%로 내려 두달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EU "伊는 佛과 다른 상황"

이탈리아는 이달 들어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재정기준 위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등 제재가 예상되면서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가,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설 뒤 태도를 바꿔 예산안 강행 분위기를 띄웠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주에 걸친 '노란조끼' 시위에 굴복해 최저임금 인상과 감세를 약속한 뒤 이에따른 세수 감소와 지출 확대가 프랑스의 내년 재정적자를 GDP 대비 EU 기준치인 3%를 웃도는 3.4%로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자 이탈리아 연정은 '간 보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하루도 못갔다.
12일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이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다르다며 선을 그으면서 이탈리아는 다시 수정안 제출로 방향을 틀었다. 모스코비치 위원은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비교하는 것은 그럴싸해보이지만 그릇된 것"이라면서 "양국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프랑스를 방패막이 삼아 역전을 노렸던 이탈리아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곧바로 재정적자 대폭 감축을 골자로 한 수정안 제출이라는 백기를 들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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