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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英 메이 총리의 다음 과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4 16:09

수정 2018.12.14 16:09

[월드리포트] 英 메이 총리의 다음 과제

지난 12일(현지시간) 신임 투표를 가까스로 넘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음날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짐을 꾸렸다. 그가 회의에서 가져와야 할 가장 큰 목표는 영국 의회를 안심시킬 새로운 약속이었다. 그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장치'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필요하다.

안전장치 조항이 2년여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1801년에 영국에 병합된 아일랜드는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꾸준히 독립운동을 벌였고 1949년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친영파가 많았던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남았고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을 비롯한 무장단체들은 아일랜드 통일을 위해 영국과 유혈 투쟁을 벌였다.
테러와 학살을 주고받던 양측은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을 맺었다. 독립 아일랜드 공화국은 북아일랜드 6개주의 영유권을 포기했으며 영국은 대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의 자유로운 통행과 무역을 보장했다. 협정은 두 국가 모두 EU에 가입했기 때문에 문제없이 지속됐다. 영국이 2016년에 브렉시트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은 EU가 아니기 때문에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에 검문소와 세관을 설치하고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 EU와 영국은 이 점을 감안해 브렉시트 합의안에 안전장치 조항을 넣기로 했다. 양측이 만약 브렉시트 이행기간이 끝나는 2020년 말까지 적절한 무역협정을 맺지 못했을 경우, 대안이 나타날 때까지 일단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에 포함시키고 해당 지역에 EU 규정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안전장치가 발동할 경우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EU 단일시장에 속해 있지만 나머지 영국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섬 사이에 국경선이 새로 생기는 모양새다. 영국은 이러한 조치가 주권을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영국 전체를 안전장치에 넣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EU는 이미 탈퇴하기로 정한 국가 전체가 이행기간 이후에도 단일시장에 남아 있으면 탈퇴를 왜 하는 것이냐며 거절했다. 몇 달간 옥신각신하던 영국은 결국 EU와 영국 본섬, 북아일랜드가 전부 들어가는 임시 공동관세구역을 만드는 조항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추가하고 지난달 EU와 함께 서명했다. 메이 총리는 모두가 같은 관세구역에 들어가 같은 EU 규정에 따라 무역하면 결과적으로 안전장치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이 정도면 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접한 영국 의회는 뒤집어졌다.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장관은 5일 발표에서 안전장치가 발동됐을 때 'EU 단일시장'에 들어있는 북아일랜드와 그저 '임시 공동관세구역'에 참여한 영국 본섬의 법적 지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EU 단일시장이 아닌 '다른 국가'이기 때문에 EU가 단일시장에 속하는 북아일랜드에 내부 조치를 내려 영국 본섬과의 무역 및 통행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면 이를 막을 수 없다.

또한 안전장치를 끝내기 위해서는 EU와 영국이 같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영국 혼자 그만둘 수 없다. 합의안에는 만료기간도 적혀 있지 않다. 이를 두고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메이 총리가 영국을 EU의 영원한 식민지로 만드는 합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U에 남고 싶어하는 스코틀랜드는 안전장치 때문에 북아일랜드만 이익을 본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당사자인 북아일랜드는 영국 본섬과 분리될 수 없다며 안전장치를 거부했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반대하는 셈이다. 다음달 21일까지 합의안을 다시 짜야 하는 메이 총리.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pjw@fnnews.com 박종원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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