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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폴란드에서 불거진 과속 탈원전 경고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6 17:04

수정 2018.12.16 20:58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렸던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가 15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200개 참여국 대표들이 온실가스 감축이 핵심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상세규정에 가까스로 합의하면서다. 그러나 총회장 밖에서는 한국의 석탄 사용 등을 비판하는 국내외 환경단체 시위가 잇따랐다. 탈원전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된 형국이다.

20일간 마라톤협상을 벌인 총회에서 탄소감축 구체안을 놓고 각국의 동상이몽은 여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총회장 주변이 한국 성토장이 된 것은 퍽 이례적이다.
'한국은 기후악당'이라고 적힌 손 팻말과 '문재인 대통령 석탄투자 그만하세요' 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국제환경단체들은 한국 금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석탄화력 발전에 투자하는 것을 집중 비판했다. 석탄발전 유지를 염두에 두고 이미 파리협정 탈퇴를 예고한 미국보다 우리가 도마에 오른 꼴이다.

이는 '묻지마 탈원전' 정책이 빚은 또 다른 풍선효과일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했지만, 정작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 발전을 늘리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에너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0%에서 2017년 26.8%로 줄었다. 올해는 10월까지 23%로 떨어졌다. 그 사이 석탄발전은 2016년 39%에서 작년 43.1%로 높아지는 등 확대일로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길을 잃고 있는 인상이다. 경북 울진에서는 원전 공사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어렵게 주민들을 설득해 짓기로 한 원전이 현 정부에서 중단된 데 따른 역풍이다. 전국 곳곳에서 난개발식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짓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경제성 측면에서 원전의 대안이 되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느라 탄소를 흡수할 산림을 훼손하는 부작용까지 생기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도 무작정 탈원전 일변도로 내달을 게 아니라 숨을 고르고 새 길을 찾기 바란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과속 탈원전 정책에서 벗어날 적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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