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위장환경주의를 경계하자

보호한다며 실제론 파괴하는 ‘녹색 거짓말’은 더이상 안돼.. 태양광 난개발도 자제해야


최근 뜻밖의 한국 관련 국제뉴스 2건이 시선을 끌었다. 환경문제가 공통점이었다. 하나는 필리핀 시민들의 시위 장면이었다. 불법반입된 6500t의 폐플라스틱 쓰레기를 조속히 한국으로 되가져가라는 요구였다. 다른 하나는 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소식이다. 폴란드 카토비체의 행사장 주변이 한국의 석탄발전을 비판하는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성토장이 됐다니….

전자는 민망한 뉴스였지만, 일면 납득은 됐다. 2015년 기준으로 이미 한국은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2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132㎏)은 세계 3위란다. 나 자신부터 플라스틱 과소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필리핀인들의 원망을 들어도 싸다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반면 '한국은 기후악당'이라고 적힌 팻말까지 등장한 COP24 총회장 풍경은 황당했다. 문재인정부는 당혹스러웠을 법하다. 화석연료 절감을 실천해야 함을 뜻하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을 일찌감치 거부한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을 대신해 '공공의 적'이 되었으니…. 탈원전의 대안으로, 청정에너지라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이토록 열심인데 말이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한국이 국제환경단체들의 표적이 될 만한 이유도 있었다.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외려 커져서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은 2016년 30%에서 2017년 26.8%로, 올해는 10월까지 23%로 떨어졌다. 그사이 석탄발전은 2016년 39%에서 작년 43.1%로 계속 확대일로다.

지난봄 서울의 아파트 단지에서 '분리수거 대란'이 벌어졌다. 중국이 대기오염을 뒤늦게 우려해 고형폐기물(SRF) 발전용 폐플라스틱 수입을 제한하면서다. 이후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체인들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닐코팅으로 인해 테이크아웃 일회용컵들은 '매장 밖 환경'에는 여전히 애물단지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위장환경주의'(카트린 하르트만 저)란 책을 읽었다. 실제론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것처럼 '세탁'하는 다국적기업들의 태도를 신랄하게 꼬집은 책이다. 이를 원작으로 올해 유럽에선 개봉된 다큐 영화가 '더 그린 라이'(The green lie)다. 우리말로 옮기면 '녹색 거짓말'인 셈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들도 이 같은 '녹색 거짓말'에 부지불식간에 가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바이오연료 의무화가 단적인 사례다. 이로 인해 팜유를 생산하는 종려나무 재배를 늘리기 위해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화전농처럼 불을 지르면서다. 그런데도 EU도, 생필품 대기업인 유니레버도 모르쇠이니….

어찌 보면 과속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재인정부도 '녹색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발전효율이 워낙 낮아서다.
더욱이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도 있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친환경 에너지일 수 있다. 비록 경제성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러나 우리처럼 좁은 국토에서 이를 위해 멀쩡한 산을 깎는다면? 결국 탄소를 흡수할 나무를 베어내 '위장환경주의'를 인증하는 일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