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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택시, 생존 위해선 서비스경쟁부터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0 17:00

수정 2018.12.20 17:00

[여의도에서] 택시, 생존 위해선 서비스경쟁부터

저녁 모임이 많은 연말이다. 귀가시간이 늦어지다보니 종종 대화할 때 택시 탄 경험을 입에 올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나쁜 기억이 많다. 만취상태에서 바가지 썼던 일, 승차거부 당한 일 등…. 주로 혼잡시간대에 택시를 잡은 경험이 많아서일 것이다. 어떤 서비스든 공급보다 수요가 몰리면 수요자는 '을' 대접을 받기 십상이다.

집까지 가는 거리가 짧으면 택시 잡기는 더 고역이다.
서울 종로에서 기자의 집까지는 차로 10㎞ 거리다. 택시기사 입장에선 번거롭고 마진도 적게 남는다. 누가 이런 손님을 태우고 싶을까. 승차 후 목적지를 대자 교대시간 등 갖은 핑계를 대며 거부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T도 무용지물이다. 택시기사가 손님을 고르기 때문이다. 20여분간 카카오T 호출을 시도해봤지만 외면받은 경우도 많다. 카카오T가 '웃돈' 기능을 추가하는 고육책을 썼지만 이마저도 국토교통부의 권유로 사실상 막혔다. 시장을 뺏길까 우려하는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서비스 역시 택시업계의 반발에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일반승용차 운전자가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을 태우고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합법사업이다. 그런데도 택시업계가 20일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뒀다. 택시업계 생존이 걸려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생존권만으로 얼마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동안 국내엔 택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서비스가 계속해서 나왔다. 승차공유 1위 업체인 우버가 일찌감치 국내 문을 두드렸고 콜버스, 풀러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우버 등은 불법 논란에 밀려 철수했지만 대안 교통수단은 계속 나왔다. 11인승 승합차택시 '타다'는 기존 택시서비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타다는 회사가 직접 승합차택시를 운행한다. 호출방식도 기존 호출서비스와 다르다. 승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차량을 자동 배차해준다. 더 이상 운전자가 탑승자를 '간택'하지 않는다. 혼잡시간대에 카카오T를 포기하고 '타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다.

타다는 어떻게 이런 자동배차시스템을 만들어냈을까. 그 이면에는 기존 법인택시와는 다른 근무환경이 있다. 타다 기사들은 모두 고용 정규직이 아닌 시급제 프리랜서 계약직이다. 현재 시급은 1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 덕분에 타다 택시기사는 법인택시기사처럼 사납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 덕분에 단거리 손님을 태워도 승차거부 없이 친절한 서비스가 가능해진 셈이다.

승객 입장에서 타다의 서비스는 흠잡을 데가 없다. 차 안에서 무선인터넷(Wi-fi)망을 무료로 쓸 수 있고, 스마트폰 충전기도 기본으로 비치돼 있다. 승객이 타는 뒷자리에는 타다 매뉴얼이 비치돼 있다. 기사는 손님이 말을 걸지 않으면 먼저 말을 걸 수 없다. 더 이상 곤혹스러운 정치 얘기를 안 들어도 되니 천만다행이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20%가량 비싸지만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나은 택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타다 차량은 1000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타다를 체험한 소비자들의 입소문은 무시하기 어렵다. 차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기존 택시업계가 가장 위협적으로 봐야 할 존재는 카카오 카풀이 아니라 타다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택시업계가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경쟁사가 아니라 경쟁업체의 더 나은 서비스다.

ksh@fnnews.com 김성환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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