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수많은 약자를 보듬은 공옥진, 광대의 삶은 어떠했는가

주름이 많은 소녀

예술은 누군가의 인생을 구원할 힘이 있는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위로할 힘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흠결없는 최상의 마스터피스가 아니더라도 상처입고 한맺힌 영혼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예술에도 정수(精髓)는 있었다. 그것을 몸으로 증명해낸 예인 한 사람을 꼽는다면 공옥진(1931~2012)을 떠올릴 수 있다. 무명 저고리를 입고 쥘부채를 손에 쥔 채 병신춤과 동물춤으로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냈던 광대. 1인 창무극의 선구자. 1931년 이 세상에 와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질곡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그는 세상을 위로하는 법을 배웠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을 보듬고 갔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6년이 지난 2018년, 유독 그를 기리는 작품이 많았던 것은 생활고에 더욱 싸늘해진 우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덥히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그를 오마주한 수많은 작품 중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공연은 '주름이 많은 소녀'(사진)다. 정동극장의 '창작ing 시리즈' 마지막 공연인 이 작품은 안무가 류장현의 연출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아 시작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던 작품이다. 공옥진의 춤과 삶을 매개로 이 시대 광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7년 시작됐다. 당시 안무가 류장현이 공옥진을 만나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시작된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의 기획공연에서 공옥진 1인 창무극의 연출 형식을 담은 '보둠어 가세!'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후 이번에 더욱 다듬어져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다.

류장현이 공옥진을 통해 얻은 영감은 광대, 쟁이, 인간, 한국인, 죽음, 그늘진 것들, 소외받은 것들, 감싸 안아 줄 것들, 보듬어 줄 것들에서 온 것이다. 결국 삶과 존재를 모두 포괄하는 구원의 관한 것이었다. 생전 공옥진은 '보둠어 가세!'라는 제목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선보이는 작품은 '주름이 많은 소녀'라는 제목을 통해 순수했으나 삶의 모든 고락을 간직한 인간, 그리고 광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데 초점을 맞췄다.


70분이라는 시간 동안 공연은 단순히 공옥진의 대타를 세워 춤을 재현하기 보다는 그를 비롯해 이 땅에서 스러져 간 한많은 인생들을 향한 애도와 살풀이로 진행된다. 그의 유산을 기억하는 젊은 소리꾼은 무덤가에서 문득 있다가 사라지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을 담아 고생도 했다고, 쉬엄쉬엄한 적도 있지만 사랑했다고 위로하며 노래한다.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소외됐던 쓸쓸한 것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놀다 가라고 판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작은 서러움에 꽁했던 마음도 어느샌가 눈 녹듯이 풀린다. 공연은 30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