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식 칼럼]

말로만 신도시

프랑스 라데팡스, 계획만 6년
40년 걸려서 기업도시로 우뚝..한국은 몇 년 만에 뚝딱 개발

파리 도심에서 서북부 지역에 있는 프랑스 상징 개선문을 지나자마자 현대식 빌딩과 각종 예술조각품들이 조화를 이룬 반듯한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신도시로 평가받는 라데팡스다. 라데팡스는 전체 면적이 760만㎡로 분당신도시(694만9000㎡)보다 조금 크다. 이곳에는 그랑드 아르슈(Grande Arche), 이른바 '라데팡스 개선문'이라는 랜드마크 건축물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건축 1001(마로니에북스 2009년 판)로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라데팡스가 인근 영국 런던을 비롯해 벨기에 브뤼셀, 미국 뉴욕 등 쟁쟁한 경쟁도시를 제치고 기업들이 가장 선호할 정도로 도시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프랑스와 유럽 굴지의 대기업 등 1500여개 기업에 18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업무, 주거, 상업 기능 외에도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담아 도시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2007년 신도시 준공 후 지금도 연간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인구가 11%씩 늘어난다. 관광객도 연간 800만명이 찾는다.

라데팡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도시만의 색깔을 갖춰서다. 1958년 드골 대통령은 개발이 어려운 파리를 대신해 라데팡스를 국제적인 도시로 만들기로 했다. 기본 콘셉트는 업무, 상업, 주거, 관광, 역사문화를 담은 다기능 복합도시다. 파리의 역사와 연계한 역사축을 만들고, 건축물과 조형물에는 예술적 감각을 담았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계획 수립과 개발기간이다. 마스터플랜을 완성하는 데만 6년이 걸렸다. 개발에도 무려 40년이 소요됐다. 업무 중심, 보행자 중심 도시라는 2가지 흔들리지 않는 원칙은 세월이 흘러도,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춰 탄력적으로 계획을 조정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재생사업이나 신도시로 손꼽히는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와 후쿠오카 캐널시티,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리버워크 등의 성공비결도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우리 신도시는 어떤가. 정부는 최근 경기 남양주 등 4곳에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내놨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30년 전 1기 신도시 때의 계획과 판박이다. 신도시를 표방하지만 주거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족기능이라고 해봐야 단순히 벤처단지를 넣는 수준이다. 신도시가 가져야 할 비전과 테마, 경쟁력 강화 등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증으로 몇 년 만에 뚝딱 신도시를 지으려다 보니 결과는 베드타운으로 직행이다. 도시경쟁력은커녕 부가가치를 내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주거기능에 치중한 1기 신도시는 30년 만에 아파트 노후화와 함께 도시 슬럼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요즘 신도시 개발은 주거와 비즈니스, 예술문화 등 콘텐츠가 공존하는 다기능 복합도시 개발이 세계적인 추세다. 역사와 현재, 미래까지 담아야 하고 그만의 차별화된 색깔(테마)도 지녀야 한다. 여기에다 4차 산업혁명과 5세대 이동통신(5G)에 기반한 초연결 시대를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고,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국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정책당국은 이번 3기 신도시를 '베드타운' '무늬만 신도시'가 아닌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