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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기해년, 농업인 운수대통의 해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7 17:11

수정 2018.12.27 17:11

[여의나루] 기해년, 농업인 운수대통의 해

2018년을 맞이하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사흘만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느린 걸음으로 가주길 바랐지만 올해도 숨 고를 새 없이 지나가 버린 것 같다. 이맘때면 지난 일년을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익숙한 세모(歲暮) 풍경의 하나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지만 19년 전 조합장이 된 후 생긴 습관이 하나 더 있다. '농업인의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에는 어떻게 도와드릴까' 계획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8년도 농업인들이 농사짓기 참 힘든 한 해였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극심했던 폭염으로 농작물은 말라죽어갔고, 1000만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했다. 식습관 변화와 수입농산물 증가로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10년 전 대비 20% 감소한 61.8㎏까지 떨어지는 등 국산농산물 소비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4만여 축산농가들은 지자체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등 제도상 허점으로 미허가축사 적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300만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3700만원대에 정체되어 있던 농가소득이 2017년 3824만원으로 상승했으며, 농협 자체 추산에 의하면 2018년 농가소득이 4200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만성적 공급과잉으로 12만원대까지 하락했던 쌀 가격도 2017년 정부의 시장격리와 농협의 전량매입 배수진 등 공급량 조절로 상승기조를 마련한 후 올해는 소비 측면에서 쌀가공식품 상품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19만원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195개 마을에서 1만5000여명이 참여한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는 200조원에 이르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농업인들이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하면 좋겠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주요 경제기관들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경제도 2%대 중반대의 낮은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농업 측면에서도 1·2인 가구 증가와 식생활 변화로 국산 농축산물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되며, 기후변화와 가축질병은 상시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농협 10만 임직원은 내년에도 농업인이 외부여건에 관계없이 농사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우선 농협이 존재가치로 삼고 있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약 값 인하 등 경영비를 낮추고, 농업인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2022년까지 600억원을 투입해 청년농업인 전용교육관을 건립함으로써 매년 500명의 청년농업인을 육성할 계획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유휴시설을 제공하고 과일간식 지원사업,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농촌일자리 창출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정부가 조성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범단지사업 참여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해 선진 영농기술 보급에도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 밖에도 농업인과 최접점에 있는 지역 농축협의 역할을 강화해 현장중심 지원활동을 펼치는 한편 맞춤형 복지대책을 추진하는 등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농업인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자연재해가 닥쳐도 아무 불평 없이 모든 것을 견뎌내며, 5000만 국민의 건강한 식탁과 공익적 가치를 지켜내는 소중한 분들이다. 농사는 요행 없이 흘린 땀방울에 비례한 결과만이 수확기에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해년은 행운과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는데, 올해만큼은 묵묵히 농촌을 지켜가는 농업인에게도 큰 행운이 따라주어 마음 편하게 농사 짓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길 기대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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