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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KT&G사장 교체 이어 적자국채 발행 강요" 추가 폭로(종합)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1 00:39

수정 2018.12.31 00:39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의 사장교체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 입에서 나왔다. 기재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불법성 여부 등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무관은 지난해 불필요하게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이뤄진 배경이라며 추가 폭로의 글도 올렸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30일 유튜브에 올린 ‘뭐? 문재인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했다고?!’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고 정부는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을 동원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공무원 공용 업무 공간에 문서를 편집하러 갔다가 ‘대외주의, 차관보고’라는 이름이 붙은 문건에서 이런 내용을 확인했으며 해당 문건을 올해 초 한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KT&G 사장교체 구상이 "청와대 지시로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차관에게 다른 안건을 보고하기 위해 배석했던 자리에서 민영화된 민간 기업(KT·포스코)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도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5월 관련 보도에 대해 정부가 '담배사업 관리 담당자가 KT&G의 경영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은행 등에 문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며 사장 인선을 압박하거나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은 "실무자가 작성했던 문건이 아니라 차관님께 보고됐던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업은행은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에 반대했지만 표 대결 끝에 연임이 가결됐다.

신 전 사무관은 "KT&G사장 교체 건 말고도 그 후에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며 "'청와대에서 지시한 것 중에서 KT&G 사장교체 건은 잘 안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건은 잘 해야 된다' 이런 식의 말이 나오는 것을 제가 직접 들었다"고 발언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2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2014년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국고국에서 근무하다 올해 7월 사직했다.

그는 사직 후 공무원 학원에서 강의하려고 계약했으나 강의를 하려면 이런 민감한 사연을 설명해야 해 미뤄왔고 이제 강의하지 않으면 "먹고살 돈이 없어서 굶어 죽을 것 같았다"고 뒤늦게 폭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 전 사무관은 후원을 요청하며 계좌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촛불 시위를 거쳐 만들어진 정권에서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청와대와 관련돼 진행된 사례가 KT&G 외에도 몇건 더 있었다며 이에 관해서 추가로 동영상을 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이 언급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당시 KT&G 담당과인 출자관리과 소속도 아니었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냈다.

기재부는 자료에서 “언론에 보도된 KT&G관련 동향 보고 자료는 기재부 출자관리과에서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KT&G 현황을 파악한 것”이라면서 “KT&G 사장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문서유출행위에 대해서는 불법성 여부 등을 판단해 엄정히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이 문서를 입수한 뒤 언론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불법성 여부를 따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신 전 사무관은 같은 날 고려대학교 재학생·졸업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지난해 불필요하게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이뤄진 배경이라며 추가 폭로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시 기재부 국고국 국고과에서 자금 관리 총괄 업무를 맡았는데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경제 운영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막대한 이자 부담을 초래하는 적자국채 발행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적자국채는 세입보다 세출이 많을 때 모자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난다.

하지만 2017년은 세수 여건이 좋아 15조원 가량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던 해였다. 따라서 기재부 내부에선 당초 그 해 초 국회로부터 승인된 적자성 국채의 최대 발행 한도액 28조7000억원 중 미발행분 8조7000억원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며 질책한데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서 기재부를 압박했다고 신 전 사무관은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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