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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사라져가는 오프라인 쇼핑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4 16:38

수정 2019.01.04 16:38

[월드리포트]사라져가는 오프라인 쇼핑


지난해 미국 유통업계의 큰 뉴스 3개를 꼽아보라면 125년 전통의 백화점 시어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과 완구 전문매장 토이저러스의 점포 매각, 아마존이 계산대가 없는 매장인 '아마존 고'를 처음 열면서 앞으로 쇼핑의 대변화를 예고한 것을 들고 싶다.

11월 1일부터 시작돼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거쳐 성탄절 전날까지 이어진 미국의 연말 유통 성수기는 지난 6년래 최고 호황을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과 증시 급락, 2019년 경제성장 둔화 전망에도 한 신용카드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 유통업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1% 늘어난 8500억달러, 특히 온라인 매출은 1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와 타깃 같은 오프라인 업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강해 전자상거래 거물인 아마존에 맞서려고 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미국 전체 인터넷 판매의 81%를 장악했으며 연말 성수기 매출이 창업 이래 최대라고 밝혔다.

백화점들은 오프라인 매출이 1.3% 감소하면서 고전을 피하지 못했다.
JC페니백화점 주가는 연말에 주당 1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 업체 주가는 2007년 이후 99% 급락해 같은 기간 3500% 이상 상승한 아마존과 대조를 보였다.

미국과 달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영국 유통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잠시 깜짝 매출 증가를 보였으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시 부진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새해를 사흘 앞두고 영국의 글로벌 음반 유통업체인 HMV가 부도신청을 내면서 연말 부진한 현지 유통업계의 첫 희생자라는 외신이 떴다.

HMV는 "역사의 바퀴의 막강한 힘을 피할 수 없었다"라는 표현의 성명을 냈다. 일간지 가디언은 HMV를 영국 음악산업의 기반이라며 국민에게도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1921년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가 처음 문을 연 HMV의 부도신청은 시대 흐름에 따른 소비자들의 변화로 어쩔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영화나 음악을 DVD나 CD가 아닌 스트리밍이나 주문형(on-demand)으로 보거나 듣는 것을 갈수록 선호하면서 이것을 취급하던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애플과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와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HMV의 부도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은데다가 특정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으로 자초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HMV도 제품 가격을 인하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브렉시트를 앞두고 파운드 약세까지 겹친 영국의 소비력은 약해져 있었다.

지난 2013년에도 위기를 겪었던 HMV는 2017년 캐나다 내 102개 전체 매장 폐쇄와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1주일 앞두고 홍콩 내 매장들의 영업중단 외신 보도가 나오더니 결국 영국 본사까지 부도신청을 내고 말았다.

온라인 유통 강세와 소비자의 변화에 매장에 가서 구입하는 일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HMV는 기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매장이어서 영업중단 소식이 아쉽기만 하다.

과거 여행 갔던 홍콩과 캐나다 토론토 HMV 매장의 다양한 음악과 영화, 미국 드라마 콘텐츠를 알파벳 순서대로 뒤지던 것은 이젠 어쩌면 다시는 오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 쇼핑은 마우스를 움직여 제품을 검색하는 것이 편리한 점은 있지만 매장에서 직접 보고 구입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체험이기 때문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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