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해외발 증시 훈풍,베어마켓 랠리 올까?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7 16:28

수정 2019.01.11 10:16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해외발 증시 훈풍,베어마켓 랠리 올까?

국내 증시가 지난해 1월 말 2600선(코스피)을 돌파한 뒤 줄곧 약세를 보였다. 11월에는 심리적 지지선인 2000포인트가 무너지기도 했다. 미국 증시도 사상 최장인 9년6개월간의 상승 흐름을 마치고 연말에 약세장으로 접어들었다. 꺾일줄 모를 것 같던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축처진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기조, 이에따라 기업실적(수익성)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기업실적이 나빠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난주 미국에서 호재가 날아들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완화)을 예고하면서 미국 증시가 3~4%대 급등했다. 7일 코스피지수도 1.34% 오른 2037포인트에 마감했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억누르던 대형 악재 가운데 하나가 해소 조짐을 보이고 북·미 2차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제는 7,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증시전문가들은 이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강세장으로의 추세전환은 아니어도 코스피의 단기 반등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 일단락 시사
지난 주말 파월 의장이 전미 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정책변경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전향적인 '비둘기(통화완화)' 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연준이 기준 금리를 총 네 차례에 걸쳐 1%포인트나 끌어 올리면서 중국과 한국 등 신흥국은 물론 글로벌 증시 하락을 초래한 만큼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은 국내 증시 회복에 꼭 필요한 선결 조건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는 3, 4%대 급반등했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중이고, 북한과의 2차정상회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는 발언도 호재로 작용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환호한 내용은 자산 축소 종료의 가능성"이라며 "연준은 시장이 위험할 때 부채질하는 존재가 아닌 소방수 역할을 해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미·중협상에 쏠린 눈
금리 인상과 더불어 증시를 압박했던 미·중 무역분쟁도 국면 전환이 예상된다. 중국 매출 감소로 올해 1·4분기 실적 전망치를 최대 9% 낮추며 글로벌 증시 쇼크를 이끈 애플 사태가 결국 '무역분쟁이 양국 모두에 손해를 안겼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7~8일 베이징에서 차관급 실무협상단이 만나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구체적 합의까지 이르진 못해도 낙관적 기대가 유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국내외 증시는 한층 상승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둔화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난주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1%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정부가 소득세 감면과 증치세 감면 등 세제 혜택과 중소기업 대출규제 완화 등을 발표하는 등 경기 부양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실무 협상에서 긍정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증시 경기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는 2100선, 코스닥지수는 7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적 우려는 선반영···저평가에 베팅?
문제는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다. 당장 8일 발표될 삼성전자의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으로 현실화할 경우 실적 부담이 증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장사 중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가 3곳 이상 나온 기업(216개)을 대상으로 3개월 전과 1개월 전의 2018년 4·4분기 예상실적을 조사한 결과 117개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축소됐다. 대상기업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을 선반영하는 증시 특성상 기업실적 둔화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낙관론도 적지않다. 그만큼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36배(3일 기준)로, 지난 2009년 4월 1일(9.20배) 이후 약 9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85배로 2008년 11월 25일(0.82배) 이후 약 10년 1개월 만에 제일 낮았다. PER가 높으면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것이고, PER가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PBR 역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명확한 실적 방향은 3월쯤 나오는데 실적이 예상치보다 나쁘게 나오더라도 미국 연준에서 방패 하나는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상 완화 등이 알려진 재료라는 측면에서 신중론도 없지는 않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무역협상의 경우 아직은 기대감일 뿐 실무협상 진행과정에서 해결 조짐이 나타나야 한다"며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됐지만 1월 중순부터 발표될 중국 경제지표는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 경계감을 늦춰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와 미국 고용지표 개선 등은 긍정적이지만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추세 상승을 위해서는 무역협상 진행과정 및 경기지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금융·증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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