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고객불편 알고도 파업 '리딩뱅크' 입지 흔들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8 16:08

수정 2019.01.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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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개인고객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이 19년만에 파업에 나서면서 장단기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1차적인 피해는 고객들이다. 가뜩이나 '이자놀이'를 한다는 '고연봉'의 은행원들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있었는데, 파업 당일 일부지점에선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은행도 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다. 이날 은행은 연체이자, 영업당일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단기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했.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론 기업이미지가 하락이 예상되면서 어렵게 찾은 리딩뱅크 자리를 경쟁은행에 내주는 사태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있다.


■고연봉 은행원 파업 '눈살'
국민은행 노조가 19년만에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에 나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날 파업 참여인원은 약 5500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노조 조합원 1만4000여명 중 약 40%에 달한다. 다만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 직원 1만7600명중에선 31%를 차지하는규모다. 다만 주최측은 95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날 국민은행은 총파업에도 전 영업점의 문을 열었다. 영업점당 최소 5명이 근무한 가운데 지점에 따라 인력부족으로 고객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완전 정상영업이 가능한 '거점점포'를 전국 411곳에 지정해 운영했다.

그러나 일부지점에선 고객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져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은행업무의 상당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파업을 진행한 노조도 이런 점에 대해 예측하고 있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은행창구를 가야만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선 은행입장에선 손실이며 고객에게는 큰 불편을 끼칠거라 본다"며 "불편끼쳐드려 죄송하다.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결국 노조는 고객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파업에 나선 셈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영업시간 중 발생하는 금융거래수수료를 면제했다. 아울러 가계·기업여신의 기한연장·대출원리금 납부 등 이번 파업으로 인해 당일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업무는 연체 이자 없이 처리했다. 파업으로 인해 은행이 일정이익을 포기하거나 불가피하게 부담해야하는 부분이 생긴 셈이다.

■장기화시 '리딩뱅크 위태'
하루짜리 경고 파업에도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장기화 될 경우 리딩뱅크 자리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중노위에 사후조정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오는 30일부터 2~3일간 추가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후속 파업을 예고했다. 현재 노사는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페이밴드(호봉 상한제)와 L0(여성 직원) 직급 처우 개선, 점포장 후선보임 등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은행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은행권은 '채용비리'는 물론 '이자놀이에 몰두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데, 고연봉을 받는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서 비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지 얼마 안된데다 경쟁은행이 바짝 뒤쫓고있는 상황에서 내부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허인 행장도 파업전날 전직원 담화문을 통해 "파업으로 우리의 고객이 경쟁은행의 품으로 돌아서게 된다면, 이번 파업이 진정 우리 모두를 위한 유일한 길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겠냐"며 우려한 것도 그 이유다.

한편 금융당국도 KB국민은행 노조 파업에 따른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위기상황대응반을 '위기관리협의회'로 격상했다. 협의회는 대응총괄반과 IT대응반, 금감원 상황실로 나뉘어 고객 불편 상황 등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고객 불편 최소화 및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고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라 파업 진행 및 영업상황, 고객 불편 등 상황을 모니터링해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aber@fnnews.com 박지영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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