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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人터뷰] "한국형 블록체인 비즈니스, 사회 문제 해결에 주목해야"... KT경제경영연구소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9 14:52

수정 2019.01.09 15:09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러 기업들이 그냥 자기가 하고 있던 사업에 무조건 블록체인을 끼워넣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굳이 블록체인을 적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효율적인 비즈니스에 무조건 블록체인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오히려 블록체인이 적용돼서 시간이 더 지연되는 사업도 많다.


블록체인과 어울리는 비즈니스는 유통과 의료, 헬스케어 분야, 그리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특히 뭔가 문제가 있는 분야에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가미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테면 음원사업의 경우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보완해줄 수 있다.


지난 연말, 블록체인과 비즈니스를 어떨게 연결할 수 있는지 해설해주는 책이 한권 발간됐다. 블록체인 기술설명이나 암호화폐 투자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장에 그닥 주목받지 못할 주제로 내놓은 책어이서 더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책은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한국형 토큰 이코노미가 온다’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최대 통신사인 KT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연구소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최고의 연구진들이 모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펴낸다. 그런 연구소에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관한 책을 내놨다는 것은 블록체인이 단순히 잠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는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한국형 토큰이코노미가 온다’ 집필을 주도한 KT경제경영연구소 김재필 수석연구원(팀장)을 지난 8일 만났다. 김 팀장은 “객관적으로 블록체인이 어던 사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따져보자는 취지로 책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재필 수석연구원(팀장)이 지난 8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재필 수석연구원(팀장)이 지난 8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허와 실’을 따져 보고 싶었다”


김 팀장은 블록체인의 ‘허와 실’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블록체인이 마치 모든 산업에 적용돼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 보고서 등을 분석해 모든 산업에 적용하겠다고 나서는 것 보다는 기록을 디지털화하고 시계열로 나열할 수 있을때 의미를 가지는 산업과 블록체인이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을 도출해냈다.


김 팀장이 책에 언급한 블록체인과 어울리는 분야는 유통과 의료, 헬스케어 분야, 그리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블록체인으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한국형 토큰이코노미’ 제안


아울러 김 팀장은 책을 통해 ‘한국형 토큰이코노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암호화폐공개 규제, 투자열풍, 서비스 부재 등)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사회복지제도에 블록체인 기술 접목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고용문제나 환경문제, 소득배분과 같은 문제들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해결하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이라며 “특히 지자체와 정부를 중심으로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가동되고 있는데, 이런 사례들을 확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달 21일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한국형 토큰이코노미가 온다'를 출간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달 21일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한국형 토큰이코노미가 온다'를 출간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올해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블록체인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비유하면 윈도95나 윈도98 수준이라고 정의했다. 아직 기술 개발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어떤 방식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기술의 가능성이 분명하니 한계를 극복하고, 과장을 줄여가면서 윈도2000이나 윈도10까지 발전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스마트폰도 처음에는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일상을 바꿔놓은 기기가 됐다”며 “블록체인도 분산원장이라는 속성을 계속 발전시키다보면 파괴적으로 시장을 바꿔놓을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데, 누가 먼저 이 속성을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유망한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통신사도 새로운 기회 될 것”


특히 김 팀장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팝 열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컨대 방탄소년단(BTS) 팬덤을 하나로 묶는 ‘BTS코인’이 나온다면 전세계 BTS 팬들이 ‘BTS코인’을 소비하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와 상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각 국가별로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없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태생부터 글로벌이라는 장점도 있다.


블록체인은 전세계 통신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백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토큰이코노미를 구축한다면 파괴력이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KT가 제공하는 인터넷TV, 음원, 웹툰 서비스를 토큰으로 연결해서 활용한다면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편 KT 역시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김포시 지역화폐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한 기부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장점을 결합해 상용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KT 네트워크 블록체인’도 구축하고 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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