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독일마저 '휘청'… 유로존 경제 통째로 흔들리나

독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산업생산지수 석달째 감소.. 4·4분기 GDP도 둔화 조짐
유로존 금리인상 어려울 듯.. "노동시장 아직 탄탄" 낙관론도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4분기에 이어 4·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2~3위 경제국들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독일마저 휘청거림에 따라 유로존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

지난해 12월 예정대로 양적완화(QE)를 끝내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올 후반 첫번째 금리인상에 나설 계획이던 유럽중앙은행(ECB)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속에 성장엔진 수출이 부진을 겪고, 오는 3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주가 하락 등이 독일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다만 독일 노동시장이 아직 탄탄한데다 기업들이 그동안 받아 둔 주문물량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기술적으로는 경기침체에 빠지더라도 그다지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제한적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산업생산, 예상 깨고 급감

8일(현지시간) CNBC,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시장에서 통상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정의하는 경기침체 우려는 거듭된 독일 산업생산 둔화에서 비롯됐다. 독일 연방통계청인 데스타티스가 이날 발표한 11월 산업생산은 전월비 0.3% 증가했을 것이라던 시장 예상과 달리 10월에 비해 1.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그 푸제시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매우 좋지 않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4·4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침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독일 산업생산 지수는 지난해 11월까지 석달 내리 감소세를 기록했다. 푸제시는 "물론 독일 산업생산 지표는 (다른 나라에서 그런 것처럼) 매우 들쭉날쭉하다"면서도 "그러나 (10월과 11월 둔화로 인해) 12월에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더라도 독일 GDP가 조금이라도 둔화되는 것을 더 이상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관했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3·4분기 0.2% 마이너스 성장한 터라 4·4분기에도 GDP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간주된다. 데스타티스는 오는 15일 4·4분기 성장률 예비치를 발표한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스텐 버젠스키도 경기침체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예상하지 않으면서도 성장률이 정체(0%)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경기침체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둔화 위험도 고조

유로존의 기둥 역할을 하는 독일 경제가 흔들리면 유로존 경제 역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노란조끼' 시위 등으로 기대와 달리 경제가 움츠러들고 있는 프랑스, 포퓰리스트 연정 등장 이후 좌충우돌하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국들의 상황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독일마저 휘청거리면서 유로존 전체가 힘든 시기를 맞게 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유럽 경제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잭 앨런은 "크게 보면 독일 경제,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는 유로존 경제가 뚜렷하게 저속 변속에 들어가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유럽은 그러잖아도 미국의 보호주의 장벽과 중국 경제둔화, 미중 무역전쟁, 세계 경제 둔화 등으로 수출이 둔화를 겪는 가운데 오는 3월 29일 시한을 앞두고도 여전히 안개 속인 브렉시트 협상 등으로 인해 어수선한 상태다. UBS 이코노미스트 애나 트타레바는 "유로존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강한 성장세 덕에 아직 탄탄하지만 대중 수출은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독일은 ECB의 통화정책 궤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CB는 지난해 12월 신규 채권매입을 중단하기로 확정하고, 올 후반 금리인상을 준비 중이지만 독일이 흔들리면 섣불리 중립전환에 나서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고, 올해 미 경제도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 경제 동반둔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경제에 충격을 배가할 금리인상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유보하는 움지임을 보이고 있어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독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는 아니어서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제한적인 낙관론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유니크레디트의 독일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안드레아스 레스는 4·4분기 침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산업생산 지표가 확대해선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공휴일로 인해 조업일수가 줄어들었고, 최근의 자동차 생산 확대 역시 11월 산업생산 지표에는 반영이 안됐다고 말했다. ING의 버젠스키도 노동시장에는 고용감소 같은 별다른 변화 조짐이 없고, 최근 신규 주문 감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독일 업체들이 받아 둔 주문물량이 많아 이를 소화하는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어서 생산이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여기에 자동차 신규주문 증가와 금융여건 완화를 감안하면 올해에도 탄탄한 산업생산과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