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제주 제2공항 갈등…무너진 공권력, 꿀 먹은 도의회

국책사업 제2공항 갈등 ‘심화’…장기화 조짐도  
도청 현관 불법 점거 연좌농성, 공무수행 차질
국토부 부실용역 규명 뒷전…절차적 정당성만
원희룡 지사 "반대 주민과 언제든지 만나겠다"

10일 제주 제2공항 관련 브리핑 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도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공권력은 무너졌고, 제주도의회는 꿀 먹은 듯 침묵이다.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 현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해년 벽두부터 제주 섬은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을 둘러싸고 큰 시름을 앓고 있다.

10일 제주도 청사와 제주도의회 사이 인도에는 제2공항 예정지 주민 김경배씨(51)가 제2공항 철회를 요구하며 23일 째 단식농성 중이고, 지난 7일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됐던 제주녹색당의 천막 농성장도 다시 들어섰다. 도청 현관 앞에도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의 연좌 농성이 8일째 이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대와 닫힌 도청 현관

■ 철거됐던 인도 위 천막 농성장도 다시 들어서


천막 철거 대집행에 따른 고소·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는 도청 현관 앞 농성자 10여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제주도는 아울러 집회 참가자 일부는 특정 목적을 갖고 다른 지역에서 온 활동가라고 강조했다. 제주녹색당을 비롯해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원희룡 지사가 청사를 드나들 때마다 격한 몸싸움이 이뤄지고, 공직자는 물론 민원인들도 현관 앞을 무단 점거해 연좌 농성 중인 시위대로 인해 연일 큰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경찰은 “재물 손괴나 협박 등이 없이 현관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을 두고 강제로 퇴거시키거나 해산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며 활동가들에게 쩔쩔 매고 있다.

■ 제주도의회·여당 국회의원, 강 건너 불 보듯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민의를 대변한다는 제주도의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은 2025년까지 총 4조8700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마냥 무소속 광역단체장에게 떠넘길 게 아니다. 더욱이 도의회는 전체 43개 의석(교육의원 5석 포함) 중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29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당 소속의 제주지역 국회의원 3명도 예외일 수 없다.

도의회와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처신은 소극 의정과 보신주의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갈등 해결은커녕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제2공항 반대 단체의 눈치만 본다는 비아냥도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얼렁뚱땅이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확한 답변조차 내놓지 못하 채, 최근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용역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놔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갈등구도가 구조화·장기화되면 지역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훼손하고 만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 발생과 함께 사회통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이다.


제주 제2공항 반대 농성 천막 강제철거 충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원 지사, 끌려가기보다 진정성 갖고 설득 나서


한편 원희룡 지사는 10일 오후 "법 여부를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단식 농성중인 김경배씨의 면담 요구에 응할 계획“이라며 ”일시와 장소, 참석자 등을 협의해 원만하게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면담이 성사된다면 단식농성과 도청 현관 앞 연좌시위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원 지사는 또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출발 당시 도정 참여를 배제해놓고 이제 와서 국토부를 상대로 제2공항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위원회 활동 재연장을 요구하라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다만, 국토부와 반대위 측 간 토론 내용과 연장여부 검토 과정에 대한 상황을 확인한 후, 절차나 내용에 대한 제주도의 공식 입장을 도민을 상대로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 초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도정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끌려가기보다 책임과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에 적극 나서 빠른 시일 내 갈등의 악순환를 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10일 오전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진행된 제2공항 철회 시위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