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2019년 대한민국, 아트라베시아모


삶에 지친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그리고 다시 사랑과 행복을 찾았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우리 함께 건너자'는 뜻의 이탈리아어 아트라베시아모(attraversiamo)였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란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다.

2019년 대한민국은 벅찬 과제들과 씨름해야 한다. 무엇보다 성장과 일자리 위기 해결이 중요하다. 성장률 하락은 지난 20년간 지속돼왔다. 성장률 하락을 1인당 소득이 높아지면서 고성장에서 중성장 그리고 저성장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만 해서는 안된다. 경제를 이끌어 갈 신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역대 정부의 전략부재도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 못지않은 정책과제가 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복합적인 대전환기적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먼저 남북관계 변화다. 지난 70여년간의 남북 간 무력대결과 대치상황이 문재인정부 들어 대화와 평화 분위기로 대전환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급속한 변화에 대해 우리 사회 내부에는 기대와 지지가 다수이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에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경제상황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미·중 무역전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국가 간 경쟁도 첨예화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에서 볼 수 있듯 기존 질서에 대한 시민의 불만과 분노가 고조돼 국제질서의 불안정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수출에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된다. 게다가 점차 심화되는 미·중 패권경쟁 와중에서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진행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기업의 광범한 생산 과정에 활용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대할 것이다. 또한 소비제품에도 내장돼 인간의 소비 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다른 한편 기계가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지니게 될수록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폭이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실업자가 증가하고 양극화도 더 심화될 것이다.

이런 복합적 변화에 대응하려면 사회통합과 국민 에너지 결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와 사,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 등 집단 간 다중격차와 이로 인한 사회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 전략, 적폐청산 등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이념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저성장에 복합적 구조전환 과제는 자칫 우리 사회의 내홍을 깊게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갈등 심화로 사회적 에너지가 고갈돼 지쳐버릴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경제와 민생의 관점에서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 과제를 풀기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노사정 대타협이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면 노정 타협이나 사정 타협, 지역과 업종 차원의 타협 같은 부분타협도 가능한 영역에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우리 함께 이 복잡다단한 시대적 과제의 험로를 헤쳐 나가자고. 아트라베시아모!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