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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동인당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0 17:10

수정 2019.01.10 17:10

중국인들은 전통의학을 중의학이라고 부르며 서양의학과 동렬에 놓고 있다. 공산당 정권의 유물론이 스며든 탓인지 정신과 육체를 통합적 관점에서 파악하던 한의학(漢醫學)이란 명칭은 더는 쓰지 않는다. 우리는 이와 달리 전통의학의 자주성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1986년부터 한의학(韓醫學)이란 명칭을 쓴다.

이런 중의학에 대한 자부심을 상징하는 제약업체가 있다. 청나라 강희제 때인 1669년 창설한 동인당(同仁堂·퉁런당)이다.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약방기업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한·중 수교 이후 1990년대 여행객들이 이 회사의 우황청심환을 흔히 선물용으로 구입하면서다. 베이징 동인당 공장은 베이징 서남부 이좡(亦庄)의 경제기술개발구에 입지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동인당에 들렀다. 그는 지난해 방중 때는 '베이징의 실리콘밸리' 격인 중관춘(中關村)을 찾았다. 중국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나 벤츠, GE, 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를 마다하고 전통 중국 제약회사를 방문한 배경이 주목되는 이유다. 액면 그대로라면 북한의 전통 제약산업을 진흥하려는 의지라고 봐야 하겠다. 한의학을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유래한 '동의학'으로 부르던 북한은 1993년부터 '고려의학'으로 개칭하는 등 이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김정은의 동인당 방문은 그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다는 추론도 나온다. 개혁·개방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즉 급속한 개방이 세습체제의 동요를 부를 위험성이나 북핵 제재로 인한 외자유치의 한계 등을 감안했다는 말이다.
이는 서방자본을 동력으로 하는 빠른 속도의 베트남식 개방보다는 그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산업부터 현대화하는, 제한적 개방을 택하려 한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전통의료 산업이야말로 궁여지책이지만 안성맞춤의 선택지인 셈이다.
북한은 이미 인삼을 비롯한 양질의 약초로 만든 한방 의약품을 수출 중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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