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각본없는 90분… 한복입고 "저요 저요"

회견장 스케치

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 북·미 회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외교통일과 경제, 정치사회분야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사진=박범준 기자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출입기자가 문 대통령의 눈에 띄기 위해 한복을 입고 참석해 질문권을 얻으려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본관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부터 생중계됐다.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문 대통령은 곧이어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서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와 같이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대통령 좌석을 중심에 두고 기자석은 타원형으로 배치됐다. 청와대는 "기자회견에 언론사별 1명씩 내신 128명, 외신 52명 모두 180명의 기자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참모들은 기자단 좌석 군데군데 흩어져 앉았다. 기자회견을 전후해 김민기의 '봉우리' 등 대중가요 5곡이 흘러나왔다.

기자회견의 백미는 단연 문 대통령과 기자들 간 일문일답이었다. 올해는 문 대통령이 직접 사회자 역할을 맡아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했고, 시간이 지연되거나 매체별로 질문을 고루 분배하는 부분에 있어선 고민정 부대변인이 정리를 하는 식의 보조진행을 맡았다.

기자회견이 각본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이 사전 공지됐음에도 기자단 내부에서도 "정말 이렇게까지 자유롭게 진행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회견내용에 대한 분야별 질문을 위한 일문일답이 시작되자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손을 들고 문 대통령의 눈에 띄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했다. 지난해 기자회견장에 '수호랑'(평창동계올림픽마스코트) 인형이 등장했다면, 올해는 '한복 차림'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기자들은 책과 휴대폰을 쥐고 손을 번쩍 들어 질문권을 얻으려 하는 등 '눈물겨운' 과정도 목격됐다.

간혹 답하기 곤란하거나 직설화법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문 대통령 특유의 화법과 정제된 언어로 답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성사되면 주한미군의 지위가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잠깐의 침묵과 함께 몇초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용지표 부진에 대한 지적과 함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최근 행동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조심스러운 태도로 답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는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통해 '친문 색채가 짙어졌다'는 언론 평가에 문 대통령은 "안타깝다"며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비서라 친문 아닌 사람들이 없는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 하면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날 영빈관 기자회견은 오전 10시33분께 시작해 예정 마무리 시간을 훌쩍 넘긴 12시5분께 마무리됐으며 모두 25개의 질문·답변이 오갔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