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첫 檢조사서 '절반가량' 진행…이르면 내주 신병결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고 있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고위인사가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2019.1.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4시간30분 고강도 조사…1~2차례 추가 소환
'기억없어'·'실무자선 한 일'…대부분 혐의 부인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점'으로 지목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에 대한 조사를 첫 소환에서 절반가량 진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한두차례 더 조사한 후 이르면 다음주 중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과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측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11일) 약 14시간30분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전체 분량의 절반 가까이를 완료하고 다음 조사를 대비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지시·보고받은 기억이 없다', '실무자선에서 한 일',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 출석 전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법관들이 직분 수행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단 말을 믿는다"며 "만일 그 사람(하급자)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제가 안고가겠다"고 부인 입장을 암시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52·23기)는 이날 취재진에게 "소명할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늘 휴식을 취하며 다음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첫 조사에서는 단성한(45·32기) 박주성(41·32기) 특수1부 부부장검사를 주축으로 주요 혐의로 꼽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및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개입,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조치 등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피의자 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 배상 책임 인정 판결을 내리고 징계 위기에 놓였던 김기영 헌법재판관 관련 사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틈틈이 진술을 받아냈다.

다음 조사는 조상원 특수3부 부부장검사(46·32기) 등 해당 혐의 수사를 담당해온 검사들을 각각 번갈아 투입해 진행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요청에 따라 최 변호사와 김병성 변호사(40·38기)가 동시에 입회해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Δ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사건 재판개입 Δ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수집 Δ정운호 게이트·부산 스폰서 판사 등 법관 비위 사건 관련 은폐·축소 Δ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혐의에 대한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가 앞서 구속기소 된 하급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외에도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혐의를 아울러 40여개에 달하고,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만 A4용지 기준 100쪽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조사는 예상보다 신속히 진행되는 양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반보다 약간 못 미치는 정도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분량에 비해서는 굉장히 빨리 진행하고 있다"며 "청사 통제 및 안전상의 문제로 추가 소환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가급적 신속히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 설명했다.

검찰은 이르면 13일 양 전 대법원장을 다시 불러 나머지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모든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진술을 분석해 구속영장 청구 및 관련자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