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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지방소멸의 시대, 물건너간 균형발전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3 16:20

수정 2019.01.13 21:59

[윤중로] 지방소멸의 시대, 물건너간 균형발전

세계화는 지구촌 시대를 열었지만 지역화라는 새로운 도전거리를 던졌다. 세계화는 국가 간 경쟁보다는 지역 간 경쟁을 촉발했다. 보호무역주의의 쇠퇴에 따른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지역 간 경쟁이 되레 치열해서다. 지역 간 협력은 국가경쟁력 강화의 지렛대다. 세계 각국의 운영체제가 지방분권체제 전환에 가속도를 내는 이유다. 세계화의 또 다른 흐름이다.
지역은 혁신과 다양성의 용광로다. 지난 2007년 유엔인간주거계획기구는 '국제지방분권지침'을 제정했다. 세계화로 촉발된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 카드를 꺼냈다. 중앙집권적 운영체제 종말의 서곡이다. 시장 통합에 따른 일상적 위기는 세계화의 고질병이다. 중앙체제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방자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지방자치는 권력 분점을 특징으로 하는 '지방분권'과 지역 간 불균형을 시정하는 '균형발전'으로 완성된다. 중앙집권 체제는 다양성과 혁신의 경연장에서 흐릿해지는 구체제의 잔영이다. 균형발전은 중앙에 소용돌이처럼 빨려들어가는 국가의 자원을 재편성하는 프로젝트다. 문재인정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지난해 균형발전을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균형발전을 '지역 주도로 지역을 통한 국가적 문제해결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전 정부에 비해 균형발전에 관한 의지가 남달랐다. 그러나 최근 3기 신도시 발표로 이런 균형발전 담론은 쭉정이로 전락했다.

집값상승 광풍에 국가의 국정과제 한 축이 휘청거린다. 신도시 추진은 중앙으로 흡수되는 '소용돌이의 정치'를 재연할 태세다. 전국에 있는 시·군·구 중에 40%가량이 소멸 위기다. 총인구의 50% 이상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공포가 구체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부채질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승리를 획득함과 동시에 실수를 범하는 것은 모든 진보주의자들의 공통된 문제다. 승리자들은 반대의견에 지나치게 민감해 역공과 견제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소수자의 한계다.

논란은 많지만 송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왕완석도 개혁만 좇다 국가를 망하게 한 원흉으로 꼽힌다. 백성이 원하는 방향보다 정부의 이익이 되는 방향에 개혁의 초점을 맞춘 결과다. 소신을 저버린 채 급조한 신도시 구상이 벤담의 '파놉티콘' 형상과 닮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분권의 시대에 중앙이라는 감시탑이 지방을 또다시 통제하고 흡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라는 정부의 압력을 끝내 물리친 박원순 서울시장의 뚝심과 의지가 오히려 도드라져 보인다. 기득권 눈치를 보며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낼 용기도 없는데 정의로운 국가는 어떨게 달성할 수 있을까. 본질은 놔둔 채 현상개혁에 안주하려는 자세는 교각살우다.

종종 우리는 공동체를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한다.
공동체는 우연성에 닻을 내리고 있는 흔들리는 배에 불과하다. 공동체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과 자만이 중앙으로 회군하는 이유다.
공동체의 좌표는 이렇게 무너진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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