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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예타조사, 지방정부엔 ‘절대 악’… 인구감소 추세 반영한 새 기준 필요"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3 17:11

수정 2019.01.13 17:11

예타 조사 논란
경제성만 중요시한 평가에 서울·수도권보다 인구 적은 도시 공공인프라 사업 번번이 무산
정부 "광역별 1건씩 예타 면제"
【 울산=최수상 기자】 이달말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인프라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앞두고 각 지방정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치분권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대안중 하나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한 17개 광역시도의 공공인프라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17개 시도에서 2건 씩(서울 1건) 예타 면제 사업을 신청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광역별 1건씩 면제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지방정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통령 공약도 못 비켜가는 '예타'

지방정부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대규모 공공인프라 사업의 '절대 악(惡)'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일지라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서울, 수도권은 예타 면제가 쉽게 되는 반면, 지역은 인구가 적어서 예타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예타 통과가 어려운 단적인 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울산)국립산업기술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울산에 건립을 약속한 사업인데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국립'이라는 이유로 설문대상 1000명 중 52.9%를 서울시민과 수도권 주민으로 배정하고 반면, 울산시민은 23명(2.3%)만 배정했다.

여기에다 서울 시민들에게 던진 질문은 "산업기술박물관을 울산지역에 건립하려고 하는 데 당신은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있나요?"라는 식이다. 결과는 뻔했다. 규모를 줄이면서까지 예타에 수차례 도전했지만 결국 통과를 못했다.

■경제성만 중시, 지방 실정 몰라

이 같은 억울함 외에도 경제성만 따지는 평가로 인해 지방정부들은 예타 통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과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무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진척을 못보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2017년 '도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의 부문별 예비타당성 조사지침을 검토한 결과 도로, 철도를 포함한 SOC(항만, 공항 등)사업은 화폐 단위로 계량이 가능한 편익만을 고려하도록 제약되고 있다. 정시성이나 쾌적성 개선효과가 충분히 확인됨에도 계량화 내지는 화폐단위로의 변환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편익산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1999년 예타 도입 이후 20년이 흘렀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선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지만 해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발전연구원 조미정 박사는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방법론 개선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평가 및 분석 방법 등을 변경할 때 지역별 유·불리에 따른 반발이 예상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기능 강화하는 제도개선 필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대안이 예타 면제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보·준설 등 핵심 공사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생략된 4대강 사업을 보더라도 면제만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제도가 도입 목적에 맞게 선심성 공약의 정치적 악용을 막고,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우선순위, 적정 투자시기, 재원 조달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함으로써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4대강 사업과 같은 악용을 예방하면서도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오래 전 대도시 인구증가 추세에 맞춰진 예타 평가 기준도 이제는 인구 감소 추세까지 반영해 새롭게 정립해 한다"며 "무엇보다 물가가 오르고 평균사업비도 2배 이상 증가하는 현실에 맞게 예타 대상도 SOC의 경우 1000억 이상, 국비 50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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