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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장기실업의 끝은 어디?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4 16:46

수정 2019.01.14 17:30

장기실업자 15만4천명, 전체 실업자의 14.4%... 18년만에 최고
취업 준비 비경제활동인구 69만3천명.. 2003년 이후 가장 많아
구직단념 4만3천명 늘어 52만4천명... 그냥 '쉬었음' 185만5천명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사상 최악의 고용참사 속에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아예 구직 자체를 접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구직포기의 증가는 곧 국가재정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1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전체 실업자 증가율보다 장기실업자 증가율이 더 늘어나는 등 '취업 의지'마저 퇴색되고 있다. 특히 장기실업자가 급증한 것은 실업이 양적인 측면과 더불어 질적으로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작년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사상 최대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9만7000명 증가하며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 목표치인 15만명에도 크게 못치는 수준이다.
실업자는 전년대비 5만명 증가한 107만3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연간 실업자 수가 100만 9000명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100만명대다. 2000년 통계 이후 실업자가 3년 연속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계청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해 본 결과 지난해 장기실업자 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처음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2018년 실업자 107만 3000명 가운데 장기실업자 수는 15만 4000명으로 2017년보다 9000명 늘었다.

2013년 6만 4000명이었던 장기실업자는 2014년 7만 1000명, 2015년 9만 8000명, 2016년 13만 3000명, 2017년 14만 6000명을 기록하는 등 5년 연속 급증세다. 지난해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4.4%로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지난해 전체 실업자는 전년보다 4.9% 늘었는데 장기실업자는 6.0% 늘어나는 등 증가율도 장기실업자 쪽이 높았다.

장기 실업자가 이처럼 늘어난 데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대거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준비생의 경우 시험에 응시하면 실업자로 분류됐다가 시험이 없으면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옮겨가 비경제활동에 포함된다. 하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잠재적 실업자나 마찬가지다. 이는 좁은 취업문 대신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인구가 늘었다는 점에서 최근 지지부진한 고용 통계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실제로 취업을 준비 중인 비경제활동인구는 2017년보다 2만4000명 늘어난 69만3000명으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장기실업의 끝은 어디?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장기실업의 끝은 어디?
■ '쉬었음' 185만5000명... 20~50대 늘어 우려
실업자가 3년연속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사실상 실업자인 구직단념자까지 최대치로 늘어나면서 실질 실업률도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구직 단념자(취업 포기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의사와 가능성이 있는 경우이다. 다만 노동시장적 사유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1년 안에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주부, 학생, 연로자, 심신장애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면서 △적당한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조사대상주간 이전에 구직해 봤지만 일거리를 찾을 수 없어서 △자격 부족 등과 같은 이유로 취업하지 못했다. 통계청의 조사대상 주간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다. 향후 노동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인력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2018년 구직단념자는 52만 4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 3000명 늘어 2014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78만 9000명(42.5%)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7만 3000명(20.1%), 20대 28만 3000명(15.2%), 40대 19만 6000명(10.6%)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취업 준비를 하거나 한창 일할 나이인 20~50대에서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이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20~29세에서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은 28만3000명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30~39세는 18만 3000명으로 2013년(20만명)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40~49세에서 '쉬었음'이라고 말한 사람은 19만6000명으로 2017년(18만 8000명)보다 8000명 증가했다. 50~59세에서 쉬었다고 답한 사람도 37만3000명으로 이 역시 2003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육아나 가사, 심신 장애와 같은 뚜렷한 이유 없이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 이들은 185만 5000명으로 통계가 제공되는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산업·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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