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제2의 로베스 피에르’ 될라

프랑스 대혁명 당시 급진파 지도자인 로베스 피에르는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단두대'로 형을 집행했다. 반대파들에게 로베스 피에르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셈이다.

400여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도 '단두대 정치' 데자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얘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이찬진 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꺼내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카드는 공포를 전염시켰다. 주주권 행사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국내 기업들은 지배구조에 대한 '메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위원은 기금운용위원회 의견 회람을 통해 조양호 대한항공 이사 및 일가가 이사로 선임되는 것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경영진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이렇게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강행될 경우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선한 수탁자 책임활동은 필요하지만 기금 수익률보단 노동·시민사회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인 꼬리표가 붙어서 그렇다.

최악인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은 국민연금이 정치에 신경쓰는 외도를 하지 말아야 하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기금운용 수익률은 -0.57%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로도 -1%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한 것이 진실이라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정치에서 독립시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행위에 따라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을 떠나 여전히 전북 전주에 있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위에 양돈장과 퇴비 매립시설 등이 있어 냄새를 참아야 한다"고 비꼬는 등 국제적 망신 상태다.

적극적 주주권의 취지와 달리 지나친 간섭으로 기업이 문을 닫을 판국이고, 안건을 검증할 정교한 준비도 부족해 결정에 대한 논란으로 역량을 소비할 가능성도 있다면 누가 봐도 수익률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