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장수기업 가로 막는 상속세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5 17:18

수정 2019.01.15 17:18

[특별기고] 장수기업 가로 막는 상속세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의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업력 30년이 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연령이 63.3세로 세대교체를 통한 안정적 승계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대를 이어 사업을 발전시켜온 장수기업은 국가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개발하는 기업은 전문성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장수기업들은 고용과 생산을 유지시키고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면서 국가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업력 30년 이상 기업은 전체 매출액의 38.7%, 자산의 49.2%, 자본의 45.4%를 차지하며 업력 20∼30년 구간부터 고용능력과 납세액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기간 축적된 기술, 노하우, 경영기법 등 사회·경제적 자산이 사장될 수 있고, 임직원의 고용불안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도 부정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필자가 업력 30년 이상 130개 장수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자본이 장수기업 승계프로세스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가족기업이 성공적 가업승계를 통해 명문장수기업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해결과제가 있다.
첫째, 승계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경영자는 능력 있는 후계자를 선정하고, 후계자는 가족기업에 대한 자발적 승계의지를 가지고 경영자, 가족 구성원, 비가족 관리자 및 직원들과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승계프로세스를 원활하게 진행해야 한다. 둘째, 승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속·증여세 문제 해결을 위해 승계 이전부터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핵심가치와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계승하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야 한다.

이 중 가업승계를 앞둔 장수기업 CEO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실효세율 6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현행 가업상속공제 적용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상속 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 100%(중견기업 120%) 이상 유지, 특히 상속 후 10년간 주된 업종(표준산업분류 세분류 내에서만 업종변경 가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맞는 혁신적 신제품 개발이나 불가피한 업종변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로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결정건수는 2011∼2015년 평균 62건에 불과하지만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한 독일은 한국의 280배인 1만7645건에 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는 과중한 상속세 부담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6%가량으로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요건을 획기적으로 완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그 대신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한 기업은 국가의 부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 투자 확대와 고용증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키게 하는 방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수기업의 가업승계가 단순히 개인의 부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후계자가 선대의 창업정신과 경영노하우, 투자계획 등 유무형 자산을 물려받아 사업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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