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속도내는 '고교학점제' 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5 18:24

수정 2019.01.15 18:24

文대통령 대선 교육공약 1호.. 수업 참여·성취도 향상 긍정적
학교시설 확충·교사 수급 등 현실적 여건 뒷받침 필요하고 대학입시 제도 개편 없이는 수능 위주 교과편성 불가피
고교서열화 우려 등 난관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시행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수업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는 학교 시설 및 교사 수급 확충, 대입제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실제 시행까지 난관이 만만치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잠자는 교실 깨울까?

15일 교육부는 오는 2022년까지 고교학점제를 부분도입하고 2025년부터 전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은혜 부총리도 이번 정부 내 고교학점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실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교육공약 1호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스스로 설정한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다.
누적 학점이 기준을 충족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105곳을 운영했는데, 지난달 해당 학생·교사 37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 69.7%와 교사 76.0%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높일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이 직접 선택한 수업이기 때문에 수업 참여도가 높고 흥미 있는 분야의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의 수업 성취도도 높일 수 있다. 각 수업당 학생수가 10~20명 정도이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도 가능하다. 일부 고교학점제 시범학교에서는 과목 수강에 따라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어 학생간 따돌림 및 학교폭력의 문제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대입개편 등 선결과제 산더미

고교학점제를 본격 도입하기 위한 선결과제와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표면적으로 학교시설 확충과 교사수급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반고를 기준으로 한 학기 50여개인 교과목 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교실수와 교사수급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다.

더 큰 문제는 역시 대학입시 제도 개편이다. 현행 수능은 수시에서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되거나 30% 비중을 차지하는 정시 모집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제도하에서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더라도 수능 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 당국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전에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자격고사화하거나 정시 비율을 대폭 낮추거나, 수시 최저학력기준 제도를 없애는 등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학생부의 영향력이 높아져야 하는데 지난해 숙명여고 사태로 불거진 내신 불신 풍조에 따라 과연 수능의 영향력을 쉽게 낮출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여기에 고교학점제만으로 대입이 가능해지면 재수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서열화를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내신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상대평가라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과목 선택이 왜곡되며 소규모 강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점제 취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어서다.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좋은 시설과 대입에 강점을 가진 자사고 등 특목고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 경우 사교육이 초·중학교까지 팽창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는 이명박·박근혜정부도 수 차례 도입을 시도했으나 해결할 난관이 많아 결국 도입에 실패한 제도"라며 "대입제도 개편 등 다양한 문제해결이 동반돼야 고교학점제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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