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서로 닮아가는 두 부류

사회과학에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 특히 동일한 경제현상에 대해 서로 극과 극의 주장이 나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예를 들자면 작년과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 기준으로 보면 2.6~2.7%로 예상이 된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이 수준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지 않기에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주장한다. 반면 불과 재작년 성장률이 3.1%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경기하강이 너무 빠르다는 반대의 주장도 있다. 또한 2018년 연간 수출이 사상 최고치이기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그 사상 최고치는 반도체 때문이고,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이 급감했기에 앞으로 수출경기는 급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나아가 극장가나 공항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맞느냐는 주장도 있는 반면 인건비 인상과 매출부진으로 자영업에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것이 증거가 아니면 무엇이냐는 주장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은 봐줄 만하다. 경제위기 이슈로 넘어가면 주장하는 쪽이나 반박하는 쪽이나 도를 넘어선다. 경제위기를 주장하는 부류의 논리 및 실증의 구성은 탄탄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가정에 가정을 덧붙여 너무 나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주장하는 쪽에 하도 입담이나 필담이 좋은 세객(說客)들이 많기에, 그 내용을 듣고 있노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반면 이를 반박하는 쪽의 사람들은 보수 언론이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진보적 성향인 정부가 마땅치 않은 세력들이 경제위기라는 결론을 정해 놓고 거기에 경제지표들을 꿰맞춰 간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진보적 시각을 가지는 경제학자나 언론에서 그런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 견해이기는 하지만 이 부류의 논리적 구성이나 반증 사례들은 다소 허술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물과 기름 같은 두 시각에는 근본적 공통점이 있다. 우선은 유식한 말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럴듯한 증거를 막 갖다가 붙이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보기에 민망한 증거들을 들이댄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제는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서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편이 망해야 내가 산다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두 부류 모두 정부가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다. 자신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따라야 경제가 살고 상대편 주장대로 가면 경제가 망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 솔직해 보자. 정부가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했던 적이 있었나. 경제는 결국 민간이 그 운명을 결정했다.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하거나 아무리 어리석은 짓을 해도 우리 경제성장률의 0.1%포인트나 움직일까.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어느 정부가 시급한 사회문제를 하나라도 확실하게 해결한 적이 있었던가. 그들만의 생각이고, 그들만의 착각이다. 요약하면 두 부류는 닮아가고 있다. 둘 다 존경받을 신념은 없고, 자신이 진리라는 독선만이 있다.
그리고 서로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아나. 솔직히 대부분의 국민은 이들 두 부류의 주장에 별 관심도 없다. 이른 새벽 대부분의 국민은 별생각 없이 학교로, 일터로 졸음을 참으며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