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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치로 얼룩지기 시작한 스튜어드십 코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6 17:39

수정 2019.01.16 17:39

국민연금, 한진家 일탈 견제
정치권·시민단체·노조 동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에 시동을 걸었다. 16일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는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상대로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맡겼다. 만약 수탁자책임전문위가 OK 신호를 보내면 국민연금은 3월 대한항공·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임원을 선임·해임할 때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 한진칼의 3대 주주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언뜻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날 기금운용위가 논의한 대한항공·한진칼 안건은 20인 위원 가운데 한 명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제안했다. 안건을 넘겨받은 14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들은 가입자단체의 복수추천을 거쳐 전원 정부가 위촉했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선정 절차를 연상시킨다. 공익위원은 중립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실제론 정부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정부가 위촉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 역시 편향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6일 국회에선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와 민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민주노총 등은 기금운용위가 열린 호텔 앞에서 '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하라' '조양호 이사 해임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우려했던 대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정치로 얼룩질 조짐을 보인다. 우리가 줄곧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에 반대한 이유는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이 먼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정치적 독립은 국민연금 이사장, 기금운용위, 수탁자책임전문위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론의 공분을 산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일탈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잘못은 시민단체와 노조, 행정당국, 법원이 바로잡아야지 온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나설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법은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10월 국민연금 수익률은 -0.57%를 기록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국민연금은 정치적 논란을 멀리하고 오로지 수익률 올리기에만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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