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혁신삼천지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6 18:37

수정 2019.01.16 20:12

[특별기고] '혁신삼천지교'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속에 경제·사회의 현실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공유 경제,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 용어들이 유행어가 되고 혁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진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혁신의 방향성에 대한 해답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서 찾으면 어떨까?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 환경을 바꾸지 않은채 맹자에게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만 했다면 우리는 맹자라는 뛰어난 정치가이자 혁신가를 역사 속에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맹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힘은 환경의 변화다. 기업과 국가의 혁신에도 이러한 원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를 잘 기획하고 변경하는 것이 기업과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필자는 2013년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공유경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싱가포르에서도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서 미국과 싱가포르의 두 가지 공통점을 찾게됐다. 첫째는 외국인 인재를 자국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주변 국가와 해외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공유경제 서비스 그랩(Grab)은 '아시아의 Uber'라 불리며, 동남아시아 각국에 진출해 비즈니스 주도권을 쥐고 있다. Grab의 CEO인 앤쏘니는 말레이시아 국적이었으나,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로 귀화했다. 이후 동남아 전역을 휩쓸고 심지어 공유차량 업계 선두주자 Uber 마저도 동남아에서는 Grab에 밀려 시장을 포기했다. 이렇게 공유 경제 서비스를 주돠고 있는 Grab의 대주주 중 하나가 싱가포르 정부다.

과연 중국이나 일본 출신의 똑똑한 사업가가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한국인이 되어 역으로 중국과 일본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져본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야심찬 계획이 하나 더 실행되고 있다. 증권형 토큰거래소를 국가차원에서 인증하고 정부가 투자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ICHX 테크가 운영하는 STO (증권형 토큰 발행, Security Token Offerings) 플랫폼 아이스탁스(iSTOX)는 최근 SGX(싱가포르 주식거래소, Singapore Stock Exchange) 및 테마섹(Temasek)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증권형 토큰 거래소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의 이 계획이 실행되면 싱가포르는 가만히 앉아서 세계 각 나라의 부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동남아를 넘어서 전세계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들이 거래소를 통해서 등록·유통 되며, 이 과정을 통해서 등록된 자산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보이지 않는 영토 전쟁이라 볼 수 있는 '자산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다. 어느 국가가 더 시장 친화적인 기업 규제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전세계의 부가 움직이게 될 것이다.

뒤쳐진 국내 환경을 싱가포르 사례와 비교해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어쩌면, 그들이 시행착오를 통해서 만들어온 과정을 우리는 더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혁신을 시행하기 위해 자유경제구역내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구축해 해외인재 및 기업 유치, 글로벌 스탠다드에 준하는 규제 정책 수립을 통해 기업과 국가의 혁신을 동시에 이루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원홍 블루웨일 대표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