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CES "한국 차량공유 혁신은 F"

지난 17일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가 첫발을 뗐다. 이 제도의 근거법안인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이 이날부터 발효되면서다. 규제 샌드박스는 마치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샌드박스)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신기술·신산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자에게 관련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규제혁신과 관련한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가 발표한 '국제 혁신 스코어'에서 한국이 평가대상국 61국 가운데 24위를 기록한 것이다. 한국은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최고점인 A+를 받았지만 차량공유 부문에서는 낙제점인 F등급을 받았다. 간신히 낙제를 면한 숙박공유(D등급)의 경우 우리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국가는 아프리카의 르완다뿐이었다. 그나마 창업과 인재 분야에서 각각 B+와 B-를 받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형편이다.

이러다보니 '선(先)허용, 후(後)규제'를 골자로 하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시행 첫날부터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총 21곳이 규제특례 신청서를 접수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운전자들을 위해 서울 시내 5개 지역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KT와 카카오페이는 공공기관이 우편으로 보내는 과태료 통지서와 고지서 등을 모바일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따라 정부는 이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30일 이내에 심의·의결해야 한다.

문제는 규제 샌드박스 입법 취지에 맞게 기업의 요구가 신속하게 시장에 전달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책 담당자들의 인식 대전환이 요구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언급하며 "우리가 제때에 규제혁신을 이뤄야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책 담당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붉은 깃발을 먼저 걷어내야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따른 과실을 제때에 제대로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