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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K-바이오] ‘바이오=분식회계’ 낙인찍는 당국… 감독지침 유연화 절실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0 17:38

수정 2019.01.20 17:38

(4) 성장 가로막는 회계논란 언제까지
삼바 고소 이어 행정소송 임박..주가하락에 투자자들만 피해
R&D 처리지침 따를땐 ‘적자’..바이오 특성맞게 기준 바꿔야
회계 이슈가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바이오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부터 시작해 중소 바이오벤처에 이르기까지 '바이오기업=나쁜 기업'이란 낙인이 찍히고 있어서다. 국내 중형 회계법인 상무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명확한 회계기준이 없었다"며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회계감독지침 등을 마련, 일괄 적용할 방침이지만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은 적자기업 또는 분식회계 기업으로 내몰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올해도 회계 이슈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 같다"며 "투자 외면은 바이오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K-바이오] ‘바이오=분식회계’ 낙인찍는 당국… 감독지침 유연화 절실

■회계 이슈는 올해도 이어질 듯

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업계에 대한 회계 리스크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에 대한 행정소송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또한 지난해 초부터 진행된 바이오업계 정밀 회계감리가 마무리되지도 않았다.

금융당국은 바이오업계 대한 회계감리 결과를 감사시즌이 마무리되는 5월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함에 있어 기업마다 기준이 다른 점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회계처리와 관련된 테마감리를 시작했다.

당시 R&D비용의 자산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R&D비용 상당 부분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던 일부 바이오업체는 회계기준 위반 소지가 있는 업체 리스트에 오르내리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금융당국의 회계 이슈로 상장사들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15일 셀트리온을 꺾고 바이오주 시가총액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보면 시총 5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불과 한달 전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 혐의로 셀트리온에 밀렸던 것이 역전됐다. 회계 이슈가 불거지자 골탕 먹은 것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뿐이다.

■"유연한 회계기준 적용" 필요

바이오업계는 정부에 일관되고 유연한 회계기준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이후 금융당국이 바이오업계에 전달한 '회계 감독지침'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본격화하기 직전까지 바이오기업의 회계처리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R&D비용의 자산화를 포함한 회계처리 방식도 기업마다 모두 달랐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회계 감독지침'을 권고사항으로 내놨다. 금융당국의 감독지침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는 임상1상 이후, 신약개발은 임상3상 이후부터 R&D비용의 자산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감독지침을 따를 경우 대부분의 바이오벤처기업이 회계상 '적자기업'으로 전락한다는 데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상무는 "바이오산업은 그 특성상 투자유치를 받고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의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가 중요한데 감독지침처럼 경직된 기준을 따르면 기업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독지침이 제시한 단계까지 R&D비용을 자산화하지 못하면 기업들은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으로 내몰려 투자유치 및 기업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감독지침을 '절대기준'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결국 감독지침이 절대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 상무는 "금융당국이 감독지침을 권고사항이라고 말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논란과 최근의 테마감리를 겪은 기업들엔 감독지침이 절대기준이 될 것"이라며 "기업마다 모두 다른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일관된 잣대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는 금융당국에 유연한 회계처리를 위한 세부지침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마다 제각각인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감안해달라는 의미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이슈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면서 "그보다는 영업 등 기업 본질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국내 바이오 업계 현실에 맞는 회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실을 외면한 기준은 바이오 기업을 부정적인 기업으로 낙인 찍 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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