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친할머니喪 3일인데 외할머니는 하루… 경조휴가 차별 여전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1 17:03

수정 2019.01.21 17:07

인권위 조사결과 기업 61%
"외조부모 경조사 휴가 적다" 호주제 폐지에도 부계 중심
친·외가 경조사 휴가 차별 금지 개정안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
노사간 단협보단 법제화 목소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모씨(37)는 외할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삼우제까지 함께하고 싶었으나 회사에 복귀해야 했다.

외조모상 경조휴가가 하루밖에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씨는 발인을 지키기 위해 이틀간 연차를 냈으나 업무압박으로 인해 연차를 더 쓰기가 어려웠다. 서씨는 "친조부모상은 경조휴가가 이틀 더 나오는데, 외가도 똑같이 지급됐다면 삼우제까지 모실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친가와 외가의 경조휴가가 다른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수차례 문제 제기에도 기업들의 친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 경조휴가가 다른 경우가 여전해 회사 내 '여성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계 중심의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다.
국회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내복지의 경우 노사 교섭을 통해 개정해야 하나 임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개정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외가 경조사 차별…국회 계류 중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7월 31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6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친가와 외가의 경조사 휴가를 차별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주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의원실은 보고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찬반이 엇갈리는 사항은 아니며, 의사일정에 아직 올라가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이슈가 되는 법은 아니라서 다른 사안에 비해 시간이 걸리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친가와 외가 간 차별적 관행에 대한 개선 요구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가족구성원과 관련한 법적 책임이나 권한을 부계에만 부여하는 호주제가 2005년 폐지됐으나, 여전히 이 같은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화학계열사는 친조부모상에는 3일 경조휴가가 지급됐으나 외조부모상에는 아예 지급되지 않았다. 친조부모 5일, 외조부모 2일로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곳도 있었다.

■"개선 여지 있어" 법제화가 '효과'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62개 대기업 주요 계열사와 중견기업 67곳 중 외조부모 경조사에 친조부모의 경우보다 휴가와 경조비를 더 적게 지급하는 기업은 61%(41개)에 달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외조부모의 경우 상주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 그런 관행이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이나 확실히 개선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올해 단체협약 교섭이 진행되나 경조휴가 관련 개정안이 포함돼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노사 단체교섭 과정에서 경조휴가 문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어 개선이 더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법제화를 통한 일괄 적용이 가장 효과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단체협약 조항 중에서 임금이나 육아휴직 등을 가장 신경쓰다 보니 (경조휴가는) 점검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누구나 겪게 되는 사안인 만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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