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가족 찾기]

"생이별한 여동생 생각하면 자다가도 숨이 막혀"

44년만에 여동생 찾아나선 김경호씨
"1975년 누군가 데려간 후 소식 끊겨"

1975년 5월 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실종된 김경실씨는 당시 신장 90cm, 몸무게 17kg로 눈동자에는 흰 점이 있고 이마가 넓은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내 힘으로 여동생을 찾지 못한다는 무거운 슬픔이 자다가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무겁게 짓눌러 왔다. '돈을 벌고 여동생을 찾아야지' 생각만 하다 이렇게 미루면 영영 못 찾겠다는 마음에 이제서라도 신고를 했다."

여동생 김경실씨(48·당시 4세)와 헤어진 지 44년 만에 찾아나선 오빠 김경호씨의 목소리에서는 짙은 회한이 묻어났다. 김씨는 어려웠던 생활 속에서 미루기만 해 왔던 여동생 찾기에 나서면서 이제야 마음속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1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김경실씨는 1975년 5월 1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자택에서 오빠와 헤어졌다.

김경호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자가용에서 사람이 내려 '어머니를 보러 가자'며 동생을 데리고 갔다"며 "할머니는 한 교회의 장로가 (동생을)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로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김씨 남매의 할머니와 아버지, 아버지 형제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별거 중이었다. 아버지는 허리를 다쳐 병상에 있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 후 김씨는 여동생을 본 적이 없다. 할머니에게 이따금 "공부 잘하고 있다" "이화여대에 갔다" 같은 말을 들었지만 김씨는 전해 듣기만 하는 소식을 솔직히 믿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잘 지내고 있으니, 괜히 찾아가면 여동생이 흔들린다"며 할머니가 연락을 막으면서 어린 시절에는 여동생을 찾아나설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김씨는 답답한 마음에 20대 시절 무작정 해당 교회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는 "경비실에 찾아가 울면서 부탁하니 교회 직원이 장로의 집에 전화를 걸어줬다"며 "하지만 그 집에서는 '김경실씨는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한숨만 지었다.


이후 어려운 삶 속에서 여동생을 30년 가까이 가슴속 한으로만 품어 오던 김씨는 어머니와 함께 최근 여동생을 찾아나섰다. 김씨는 "내 입장에서는 (여동생이) 갑자기 어디로 간지도 모르니 실종이다. 입양기관, 실종아동기관 등 여러 곳에 연락해 찾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