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대형 국책사업일수록 예타 더 깐깐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2 17:17

수정 2019.01.22 17:17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없이 추진할 국책사업 대상을 내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그 규모가 4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예타면제는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국책사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관련 제도를 고쳐 예타면제 사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방순회 캠페인 과정에서 현지 숙원사업인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에 대한 예타면제를 공약했다. 예타를 면제받으면 사업을 추진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 공약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는 지난해 말까지 청와대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33건, 총사업비 61조원 규모의 사업에 대한 예타면제를 신청했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현행 예타제도가 지방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구와 돈이 수도권에 몰리는 구조에서는 똑같은 사업이라도 지방은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가급적 예타면제 대상을 늘려 대형 SOC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별로 한 건 정도 선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발 더 나갔다. 21일 정책의총에서 "예타면제 대상과 규모를 늘리겠다"면서 "제도 자체를 바꾸는 문제를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예타면제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예타는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미리 사업성을 따지는 심사제도다. 선심성 사업으로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을 넘는 국책사업은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18년 동안(1999~2017년) 782건을 심사해 273건을 걸러냈다.

이번에 접수된 사업은 대부분 지역 민원성이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도 많다.
그중에는 남부내륙철도사업 등 이미 예타에서 한두 번 떨어진 것도 상당수 들어있다. 대형 국책사업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추진하면 두고두고 혈세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다.
세금은 단 한 푼이라도 헛되이 써서는 안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