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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없는 미·중 무역협상] 美, 中 대표단 방미 거부… ‘기술 빼가기 논란’ 최대 복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3 16:55

수정 2019.01.23 16:55

강경입장 돌아선 美
中, 기술 강제이전 없다는 입장..내주 류허 방미도 빈손 가능성
충격파 덮친 시장
뉴욕증시 2% 안팎 하락세 기록..美 대표 수출품 콩 가격 1.9% ↓
[진전 없는 미·중 무역협상] 美, 中 대표단 방미 거부… ‘기술 빼가기 논란’ 최대 복병

【 서울·베이징=송경재 기자 조창원 특파원】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이 통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유리한 무역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또다시 허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3월 1일(현지시간)까지인 협상기간 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막대한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CN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2일(현지시간) 미 행정부가 이달 말 고위급 무역협상 사전정지작업을 위한 중국 대표단의 방미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당초 왕서우원 상무무 부부장과 랴오민 재무부 부부장이 이번주 워싱턴DC를 방문해 오는 30~31일 류허 중국 부총리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고위급 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미 행정부가 이들의 방미를 거절했다. 이와 관련,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회동 계획 자체가 없었다며 즉각 보도를 부인했지만 시장은 크게 휘청였다.


■"구조적 변화 어떤 진전도 없어"

미국 정부가 중국 대표단을 거부했다면, 이는 중국과 협의가 지지부진해 예비협상에서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예비협상이 결렬된 것은 중국 측이 미국이 주장하는 '강요된' 기술이전과 중국 경제 구조개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미 대표단은 중국이 외국 기업들을 압박해 이들이 중국 합작사들에 기술을 '강제로' 이전토록 하고 있다며 이를 멈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외국 기업들을 차별하는 산업정책과 보조금도 없앨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미 대표단은 류 부총리 측근인 랴오 부부장 일행과 대면회담에 기대가 컸다. 이들이 기술 강제이전과 구조개혁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적용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서면답변서를 갖고 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협상팀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에 기술을 강제로 넘기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중국이 최근 보험을 비롯해 일부 분야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개선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도 강화한 것으로 미국의 요구가 일부 수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FT는 다음주 류 부총리의 워싱턴 방문 준비는 계속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랴오 부부장 일행의 방미를 거절한 것은 양측 간에 여전히 상당한 입장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는 와중에도 한쪽에서는 그동안 우려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19일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3월 1일 마감시한까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자신했지만 불과 수일 전 협상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척 그래슬리(아이오와·공화) 상원의원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브리핑을 인용해 "구조적 변화에 관한 어떤 진전도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상공회의소가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책 '중국제조 2025'를 비판적으로 지적한 보고서를 USTR에 제출한 점도 주목했다. 이 보고서가 미 행정부에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할 더 많은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휘청···미 콩가격 급락

시장은 예비협상 결렬 소식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을 맞아 하루 쉬고 이날 개장한 뉴욕증시는 경기하강 우려에 미·중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지며 2%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미·중 무역관계에 민감히 반응하는 미 콩 가격은 예비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진 뒤 급락해 전 거래일보다 1.9% 하락한 부셸당 8.995달러까지 하락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3월 1일까지 타결되지 못하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본격적인 궤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마감시한 안에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산 수입품 절반에 물리는 관세를 10%에서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한편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협상팀은 미 협상단의 주장을 중국이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만성적인 무역불균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대규모 미 농산물 수입, 에너지 수입 약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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