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착한 리더'에 대한 환상


요즘같이 기회와 위험이 교차하는 난세에 조직을 이끌고 가는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제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위대한 리더를 더 갈망한다.

리더십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모든 시대와 여건에 통하는 리더의 특질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십 유형이 다양하고, 같은 리더십이라도 구성원이나 환경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대한 성과를 낸 최고 리더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

필자는 지난 30년 동안 연구활동을 통해 벤처업계 최고 리더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리더십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능력이라면 착하고 선한 창업자가 훌륭한 리더십으로 기업을 더 크게 성공시킬 것'이라는 바람 섞인 가설을 떠올렸다. 2008년부터는 3년 동안 100개에 달하는 강소기업을 심층 조사할 기회를 얻어 최고 리더로서 창업자들의 다양한 인간적 면모를 관찰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강소기업 최고 리더들의 성공은 그들의 착하고 선한 인간적 면모와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분명히 갖추고 있지만 그 자체가 성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착하고 선함은 소위 위생요인(hygiene factor)으로서 실패나 나쁜 이미지를 막아주는 요인은 되지만 성공요인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가 강소기업 최고 리더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선함'보다는 '강함'을 만들어내는 심리적 또는 행태적 '집착'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절대로 망하지 않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이런 심리적 집착은 선악의 차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적 욕망이자 에너지에 가깝다. 이것은 '사적 이기심'의 일종이다. 애덤 스미스는 사적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과 작동해 상상치 못했던 사회적 번영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필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사적 이기심을 근거로 해서 다양한 형태의 강소기업이 기술혁신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예를 들면 장인형 기업은 특정 분야를 파고들어 세계 수준의 생산기술력에 도달한다. 개척자형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한발 앞서 신제품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획득한다. 마케팅형 기업은 아직 충족되지 않은 고객의 니즈를 공략, 틈새시장을 장악한다. 심지어 비전형 기업은 기술과 마케팅 능력 없이 독특한 사업모델로 자신의 제국을 건설한다.

돌이켜보면 위대한 성과를 내는 최고 리더가 착하고 선할 것이라는 명제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자 환상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환상 때문에 종종 잘못된 리더를 선택하거나 리더에게 과도한 기대를 한다. 착하고 선한 인상이 강한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것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양떼 군단'이 한 마리 양이 이끄는 '사자 군단'을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최고 리더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생존과 번영의 갈림길에 있는 조직이라면 '사자'가 조직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자는 결코 착하거나 선함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