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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스튜어드십 코드에 제동 건 수탁자책임委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3 16:59

수정 2019.01.24 09:24

한진 주주권 행사에 반대.. 기금운용委도 존중하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23일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엔 위원 9명 중 7명이 반대하고 2명이 찬성했다. 한진칼은 반대 5명, 찬성 4명으로 집계됐다. 수탁자책임위는 다양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이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지 말지를 판단해 달라고 만든 기구다. 기금운용위는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게 옳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이때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위를 두기로 했다. 주주권 행사 여부를 전문가의 시각으로 한번 거르자는 뜻이 담겼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운용위원장 겸직)은 지난 16일 "기금운용위는 수탁자책임전문위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우리는 수탁자책임위의 신중한 태도가 옳다고 본다. 무엇보다 오너 갑질은 국민연금이 나서서 바로잡을 일이 아니다. 이미 행정당국과 검찰 등 사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밟고 있다. 결정적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가는 오너 일가에 대한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률이다. 따라서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았다면 굳이 국민연금이 사회정의를 실현할 '정의의 사도'로 나설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이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에서 보듯 국민연금은 정치와 멀찌감치 떨어지는 게 최선이다. 그러려면 최상위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의 지배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겸하는 구조 아래선 정치권 압력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도 정권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때 수탁자책임위가 전문가 그룹답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한 뒤 작동시켜야 뒤탈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대기업·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놓고 정치권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수탁자책임위 같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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