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양승태 구속‘에 법원 분열 가속화 조짐..김명수 리더십 ’흔들’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4 11:41

수정 2019.01.24 11:4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2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2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5일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되자 법원 내부의 분열 양상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사법부에 대한 권위와 신뢰가 떨어졌다는 침통함과 함께 사법부 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충돌하면서 ‘통합’을 강조해 온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판사들 “예상치 못해..침통”
이날 양 전 원장의 구속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판사들은 전반적으로 말을 아끼면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헌정사상 처음, 최고 같은 말이 쏟아지는 것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봤다”며 “판사로서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구속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 역시 “침통하다. 너무나 예상 밖이다”며 “구속에 대해 판사들 간 대화도 오가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이 사건 초기부터 우유부단한 자세로 자체 조사를 사실상 뒤집으며 내홍을 유발시킨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5월 안철상 전 처장이 단장을 맡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재판거래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형사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발표 직후 "검찰 수사에 협조 하겠다"고 발언, 스스로 법원 조사를 불신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안 전 처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 출석해 다시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사법부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한 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의 재판 개입 등 법질서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 혐의들이 결국 사실로 소명됐다”며 “비극이지만 최고 권력자에 대해 예외없이 엄중하게 사법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홍 깊어질 듯..개혁작업 걸림돌
양 전 원장의 구속에 대한 찬반 입장은 갈렸지만 법원 안팎에선 사법농단 의혹 사태 초기부터 불거져 나왔던 법원의 분열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양 전 원장의 구속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한 김 대법원장의 개혁 작업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독립성이 매우 위태롭다는 생각이 든다. 전직 대법원장이지만 한 때 법원을 대표하던 인물이 구속됐다”며 “판사들도 이메일 한편 보낼 때 말 한번 할 때 더더욱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체로 중견 법관들과 젊은 법관들 사이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판사들 사이에선 안철상 전 법원행정처장과 대법원장의 갈등설을 사실로 믿고 있다. 더군다나 양 전 원장은 김 대법원장의 남은 임기 대부분 기간 재판을 받을 텐데 이런 사법불신과 갈등 속에 어떻게 개혁을 추진하겠느냐”고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을 꼬집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 전 원장 구속이 보수성향 판사들의 집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검찰에 법원 안방을 내준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도 상당할 수밖에 없어 내부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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