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인권보장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4 17:07

수정 2019.01.24 17:07

[특별기고]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인권보장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담화 중 생활적폐 청산과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했다. 그 이유로 평범한 국민의 일상이 불공정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지 않도록 생활 속 적폐를 중단 없이 청산하고, 갑질 문화와 탈세 등 반칙과 부정을 근절하는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수처 신설 및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입법을 위한 협조를 국회에 당부했다.

하지만 대통령 신년사에 중요한 점이 빠져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추진하기로 한 실효적 자치경찰제는 은근슬쩍 그 자취를 감췄다. 현재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 권한을 경찰에 넘기는 것이므로 반드시 경찰 수사권의 견제와 분산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수사권 조정 이후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방지하려는 논의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면 그 약속은 그 흉내만 내는 행태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정부 자치분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자치경찰제의 모습은 학계와 다수 전문가들이 비판하듯이 '제주식 자치경찰제의 확장판'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여당의 더미래연구소도 나서서 비판을 했을 정도다.

이를 두고 자치경찰제를 시행했으니 약속한 수사권을 달라는 요구는 어불성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 수사권이 없는 자치경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라 했지만, 당장 이를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개혁의 본질은 단면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독립된 사정기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을 기능적으로뿐만 아니라 조직적으로 분리, 정치적 영향 없이 오로지 사법통제하에서 실체적 진실발견만을 위한 수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미국 연방수사국(FBI) 같은 기구를 만들어보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수사는 항상 인권침해적 성질을 갖기에 누가 행사하든 간에 실체적 진실 발견과 함께 인권보장을 위한 통제와 감시가 따라야 한다. 그런 사법경찰의 수사에 대해 법률가인 검사의 수사지휘를 통한 사법통제를 실현하는 것이 대륙법계 국가의 기본 모델이다.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향으로 안이 결정된다면 통제받지 않는 거대한 경찰 권력이 재탄생하게 되는 반면, 국민의 인권보호는 그만큼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다.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경찰에 일부 이전하는 것이 도대체 국민의 인권보호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수사지휘는 결국 수사의 일부이다. 수사지휘를 폐지한다는 것은 수사의 본질에서 불완전성을 초래하는 것이다. 검찰제도의 기원인 독일과 프랑스 등도 사법경찰을 지휘해 그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수사권과 정보권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보권까지 독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체제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더욱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최소한 경찰 수사권에 대한 실효적 자치경찰제를 통한 분산이나 정보권의 분리, 사법경찰만 분리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등 행정경찰의 수사관여 금지가 조직적·기능적으로 보장되도록 뒷받침돼야 한다.
수사를 손쉽게 누구의 간섭도 없이 하게 될수록 그 수사권을 행사하는 자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대상자인 국민은 인권보장의 사각지대에 던져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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